한국일보

여성의 창 / 안진(작곡가)

2008-09-0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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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 한국인

유학생으로 처음 미국생활을 시작했을 땐 이 곳에 내가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없어서 한국에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한국가서 만나요 했다. 그러나 이젠 정말 안녕이다.

어제는 내가 유학올 때 같이 와서 그동안 함께 유학생활을 한 소중한 언니가 떠나갔다.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늘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며 힘든 시절을 함께 했는데 그 언니의 뒷모습에 어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방학마다 꼬박꼬박 한국을 가고 졸업할 날짜만 세고 있던 지극히 한국인이던 내가 어찌하여 이 곳에 머물러서 살게 되었는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영주권이 나왔을 땐 신이 나고 감사해서 기쁘기만 했었는데 막상 내가 이민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그리 기쁘지만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미국에 와서 이민자들을 보았을때 왠지 외로워보이고, 10년전 이민왔을 때의 한국유행에 머문 듯한 촌스러운 모습, 한국사람끼리 얘기하면서도 꼭 영어를 쓰는 모습들 참 어색해보인다 여겼는데... 그런데 그 모습이 나다. 옛날 유학왔을 때 끌고 온 촌스러운 옷들을 서슴지 않고 입고 나서는 내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나도 미국인 다된 것 같다. 놀이터에서 흙바닥에 아이를 기어다니게 하고 나조차 아무데나 철퍽 앉아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고 화장은 일주일에 한번이요 신발은 오직 쓰레빠 한국에 전화해서도 영어를 꼭 섞어써야하나...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요, 일주일에 한번은 한국말로 한시간 이상 수다를 떨어야하며 미국 엄마들처럼 모질게 훈련 못시킨 아들 아직도 얼싸 안고 재우고 있는거보면 나는 한국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인과 미국인이 얼마나 다른지 많이 느낀다. 영어책을 굳이 한국말로 번역해가면서 읽어주며 한국말을 가르치려는 엄마에게 내 아이가 하루는 엄마 한국말 하지 마. 했다. 이럴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중언어는 어떻게 하며 벌써부터 밥 안먹고 빵만 달라고 하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그러면 한국 가서 살래 하고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때론 외롭기도 하고 때론 편하기도 하면서 골치아픈 고민을 해보지만 미국인 한국인 이전에 결국은 모두 주님 안에 한가족이요 백성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허락하신 이 곳에서 내 사명을 감당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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