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법 참 무섭다 / 신미하(직장인)

2008-08-2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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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얼마전 신문에서 ,이민온지 거의 30년이나 되는 영주권자가 14년전 볼펜 한자루를 훔친죄로 취방당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수표를 쓰기위해 빌린 볼펜을 그냥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는데, 이걸 가게 주인이 소송을 걸었고, 피의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순순히 죄를 인정했던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음직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실수.., 이 사건이 십수년이 지난 어느날 ‘추방’ 이라는 엄청난 결과로 연결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미국 법 참 무섭다.

지난주, 아직 18세가 안된 아들아이의 교통 위반 티켓 때문에 청소년재판소에 간 일이 있다. 거기서 만난 어떤 필리핀 아빠의 이야기는 아직도 나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딸이 12세 되던해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고 한다. 그 충격을 못이긴 딸아이가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 하였다는 것이다. 우여 곡절끝에 딸을 살려 냈지만, 경찰에서는 아이를 잘 지키지 않아 자살을 시도 한것이라며, 아빠에게서 딸을 빼앗아 갔다는것이다. 이제막 사춘기에 들어서서 가뜩이나 예민한 딸 아이는 엄마의 죽음과 가족과의 생이별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고, 벌써 2년째 foster Care 가정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 노동자인 그는 그날 그날 일을 공치면서, 차로2시간거리에 있는 법정을 밥먹듯이 드나들었다. 친척들을 동원해 딸아이를 입양하려고 도 해보았지만 법은 이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이상 변호사 비용을 조달할 수 없어 국정 변호사를 선임 했지만, 건성 건성 책임감 없이 일을 처리해 전혀 도움이 되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정 변호사를 바꿔달라고 신청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잃게 된 아빠는 아이를 다시 찿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법이라는 복잡한 거미줄에 얽혀버린 딸을 빼내오기엔 역부족 이었다.


폭력을 행사한것도 아니고, 위험에 빠뜨린 것 도 아닌데, 도데체 무슨 죄목으로, 무슨 권리로…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 그 아버지의 고통이 얼마나 큰것일지 가슴으로 느껴져 왔다. 함께 기도해 주겠노라고 약속하는 것 말고는 달리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 까웠다.

미국 법 참 무섭다.

사람의 삶을 위해 있어야 할 법이, 사람을 묶어 버린 꼴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입장에서도 이렇게 답답한데, 당사자는 어떠하랴 . 결백을 주장하지만 믿어주는이가 없고, 답답함을 호소하지만, 어느 하나 진심으로 안타까워 해 주는 사람이 없다.

좀더 안정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려, 서로 지켜야 할 약속과 규범을 만들었을 진대, 도리어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관계까지 무자비하게 끊어버린다. 우리가 만든 것들이 우리를 파괴시킨다. 돈이 사람을 먹고 법이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법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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