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킨 걸치 트레킹<4>
2008-08-22 (금)
컨프런스 캠핑장.
하이킹을 하면서 협곡의 벽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협곡을 꽉 막은 장애물 ‘록잼’
데이지 리
20피트 낭떠러지 보니 아찔
누군가 달아놓은 밧줄에 안도
캠프장엔 뜻밖에 얕은 강물이
한참을 걷다 보니 여기서부터 협곡의 벽은 점점 더 높아졌다.
얼마를 갔을까? 가다 보면 캠핑장 약 2마일정도 못미처 나온다던 ‘Rock Jam’지역은 아무리 걷고 걸어도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혹시 기상 변화로 인해 막혔던 곳이 뚫렸기를 잔뜩 기대를 하며 한참을 걸으니 ‘Rock Jam’이 내 눈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곳은 벅스킨에서 유일하게 큰 장애물로 협곡벽에서 떨어진 듯 한 커다라 바위로 길이 막혀 약 20피트의 낭떠러지를 이룬 것이었다. 이미 그곳에는 먼저 지나쳐간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달아 놓았음직한 든든해 보이는 굵은 밧줄이 두개 매달려 있었다. 미리 내려가 계신 샘 선배와 남편이 연신 어떻게 내려오라고 코치를 하면서 벌써 도와줄 준비를 하고 계신다.
일단 메고 있던 카메라와 배낭을 줄에 매달아서 조심스럽게 먼저 내려 보낸 후 샘 선배가 밑에서 나를 받을 준비를 하시는 걸 보면서 아득해 보이는 아래를 향해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데 바위벽이 매끄럽고 발을 디딜 곳이 없다. 순간 당황하면 이렇게 하다가는 둘 다 다치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뛰어내렸다. 아뿔싸, 뛰어내리면서 팔을 쭉 뻗음과 동시에 뭔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턱 하고 닿는 느낌이 드는 순간, 뼈만 부러지지 말라고 그 짧은 순간에 기도를 했다.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 이미 나의 발은 바닥에 닿아 있었고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몇초를 정신없이 있다가 돌아보니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이 없다. 다만 팔과 무릎의 살갗이 약간 긁혀서 금방이라도 피가 나올 듯 해 보인다. 그래도 다리를 다치지 않은 게 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팔을 돌려보는데 어! 얼마 전까지도 오른팔이 다쳐서 올라가지지 않던 게 자연스레 올라간다. 아까 떨어질 때 무의식적으로 팔이 펼쳐지면서 오랜 지병이었던 팔이 펴진 것이다. 너무도 놀라웠다. 마지막 일행까지 모두 무사히 다 내려 온 후 우리는 또 다시 캠프장을 향해서 떠났다.
벅스킨 하이킹 도중 부부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어느 정도 가다보니 바닥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원래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몇군데의 물웅덩이들을 예상하고 샌들을 신고 왔었는데 다행히도 여기까지 오는데는 물이 다 말라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는데 이곳은 아직 바닥에 물이 고여 있어 신발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서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협곡이 넓어지며 존 리님께서 말씀하시던 ‘Confluence Camp’장이 나왔다. 캠프장을 막 지나치려다 보니 아까 오전에 우리와 인사를 나누고 앞 질러갔던 서양 남자와 강아지가 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캠프장에 도착했다.
캠프장 바닥 군데에는 아주 얕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이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우리는 적지만 아담한 아주 좋은 곳에 드디어 배낭을 풀고 각자 가지고 온 텐트를 쳤다.
일단 텐트를 친 후 나와 남편은 땀으로 범벅이 된 몸과 얼굴을 간단하나마 씻으려 강으로 내려갔다. 물의 깊이가 1피트 정도 되는 아주 낮게 흐르는 강물이라 씻기가 약간은 불편했지만 개의치 않고 씻으려고 물을 들여다보는 군데군데 흙 가운데 초록빛의 이끼들 그리고 그 옆에 꼬리를 흔들며 여기 저기 헤엄치고 있는 작은 올챙이들이 보였다.
물이 오염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왠지 좀 찜찜한 생각이 드는것 도 잠시… 이 정도의 물이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손수건을 적셔 간단히 온몸을 닦고 나니 어찌나 시원한지….
우리는 각자의 텐트에서 가지고온 음식을 각자 조리해서 먹었는데 나와 남편은 인스턴트 떡국을 끓여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후에 날이 컴컴해 짐과 동시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텐트에 들어가 다음날을 위해 잠을 청했다.
날씨는 밤에 추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따뜻했다. 장장 15마일정도를 돌밭과 모래 위를 걸어서 발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도 발은 괜찮다. 아마 매주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이산 저산으로 등산을 한 게 도움이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