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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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눈 먼 고기들의 헤엄치기

2008-08-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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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고기들의 헤엄치기
서니 김<라캬냐다 글렌데일 리맥스 부동산>
“가격이 이미 바닥을 치고 있나요? 지금 사도 되는지 아니면 좀 더 기다리면 더 떨어질 까요?” “뭐 하러 지금 서둘러서 사요. 앞으로 더 떨어진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즈음 바이어 중 열의 아홉의 질문이다. 셀러들도 혼돈스럽다. “지금 빨리 팔아야 할까요? 그래도 우리 동네는 덜 떨어진 것 같아. 아니면 몇 년을 더 기다리면 다시 오르기 시작할까요? 어떻게 해요?” 부동산 회사, 융자 회사 그밖의 관련 업체들은 몸 줄이기에 나서서 지점들을 폐쇄하고 사무실의 규모를 줄이면서 경비 절감에 여념이 없다. 3분의 1로 줄어든 수입이 똑같은 경비 지출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에이전트들의 어깨가 많이 처져 있다.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2년 전, 2006년 여름이 지나며 부동산 시장의 한기가 느껴지던 그 기억이 새롭다. 2000년 이래 계속되던 부동산 호황이 해마다 조마조마하면서 얼마나 갈까 오래된 에이전트들은 수입이 좋던 그 때도 추울 때를 대비하라 했다. 대략 10년에서 15년을 주기로 본다. 1988년을 시작으로 5,6년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고 1990년대 중반 바닥을 치며 2000년까지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다시 4,5년 폭발하듯이 치고 올라갔다. 이제 또 앞날을 점쳐야한다. 내년부터 다시 올라갈까? 아니면 2,3년 더 떨어질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동산 시장에 대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고 현상을 설명하고 앞날을 예측한다. 계속되는 미국내의 불황에 대한 예감,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폭락, 은행 차압 매물이 늘어나고 재고가 쌓이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더불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의 충고를 귀담아 들으며 바른 판단을 위해 노력한다. 셀러와 바이어, 모두 생각이 많다. 시장이 불확실하며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시장은 불확실하지도 않고 달이 차면 기울어지는 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오르고 내리고이다. 부동산의 공급은 한계가 있는 가치이다. 사람이나 가족의 수에 비하여 언제나 충분하지 않는 공급이다. 지구인의 삶의 형태와 주거 방식이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상식을 뛰어넘어 혁신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그것은 계속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인간은 본인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안락한 주거지가 필요하고 문화와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것의 기대 가치는 그만큼 높아져서 늘 불충분하다. 예컨대 원시림에서 모여 살 때부터 바람을 더 잘 피하고 홍수에 떠밀려가지 않는 더 좋은 위치의 땅이 있었듯이 기본적인 자연의 재앙을 막아주는 많은 대비책이 충분한 지금도 더 좋은 동네, 성적 좋은 학군, 살기 안전하고 편한 환경 이 더 필요하고 더 찾고 더 모이게 된다.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늘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다면 그 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의 오름과 내림은 계속되는 순환이다. 다만 그 주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뿐이다. 부동산의 규모는 3,4달러짜리 장난감이 아니라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한 달, 두 달 혹은 일, 이년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정점의 2,3년을 제외하고 10년 내지는 15년을 주기로 오르고 내리는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해, ‘지금이다’라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사실 눈 먼 고기들의 헤엄치기이다. 많은 이들이 부동산이 가장 바닥을 칠 때 사서 제일 비쌀 때 팔아 큰 돈을 챙긴 사람들의 이야기들만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그만큼 있다. 다만 실패한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어서 더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어떻게 할까요? 지금 사요? 지금 팔아야 하나요? 더 기다려요?” 본인의 성격대로, 즉 일반적인 본인의 의사 결정의 방식대로 하면 된다. 자주 사고팔고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헤엄을 열심히 치며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한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많은 재산을 축적하기도 한다. 잃거나 실수하는 게 두려워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또 그만한 웅덩이에서 안전하게 헤엄치며 큰 재산도 이루지 않지만 그 안전한 환경에 자족하며 행복하면 된다. 너무 꼭대기에서 팔려고 애쓰지 말고 너무 바닥을 찾아 사려고 기다리지 말고 눈 먼 고기들의 헤엄치기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면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818)952-4989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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