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A’s가 모처럼 질긴 맛 플러스 응집력을 한꺼번에 선보이며 시즌 55번째 승리(63패)를 거뒀다. A’s는 12일 밤 올해의 우등생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아슬아슬 위기를 딛고 2대1로 이겼다. 안타수(4대6)는 적고 레이스엔 없는 에러가 하나 있었는데도 A’s가 승리한 원동력은 행운처럼 보이는 짜임새 플레이였다.
A’s가 2대1로 앞선 5회초 레이스 공격. 선두타자 조브리스트가 A’s 선발투수 지오 곤잘레스의 공을 통타, 우익수쪽 깊숙한 곳에 2루타를 날렸다. 후속타자 바틀렛은 유격수쪽 강습안타로 출루했다. 조브리스트는 빨랐다. 번개처럼 2루 거쳐 3루까지 점령했다. 졸지에 노아웃 1, 3루의 위기가 연이은 패배에 가위눌린 A’s를 짓눌렀다.
레이스 사령탑은 과욕을 자제했다. 다음타자 이와무라에게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이와무라는 오더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방망이 가운데토막을 맞히고 떠난 공은 레이스 덕아웃발 오더보다 공의 속도와 방망이의 속도, 고르게 둥근 공의 회전각과 고르지 않게 둥근 방망이의 둘레이 접촉 등이 화합하여 만들어낸 물리의 법칙대로 움직였다. 그것이 (레이스 입장에서) 하필이면 혹은 (A’s 입장에서) 다행으로 곧장 투수 곤잘레스의 글러브에 걸려들었다.
빠른 판단 빠른 발 덕분에 짧은 내야안타에 3루까지 튄 조브리스트가 이번에는 그 빠름 때문에 단단히 대가를 치렀다. 이와무라가 번트태세를 취하는 순간에 이미 홈 스트레치에 들어간 그는 번트 공을 나꿔챈 곤잘레스가 자신을 겨냥했을 땐 3루로 회군하기에도 늦었다. 홈플레이트 몇뼘 앞에서 아웃. 실은 그 이전에 이상조짐이 있었다. 조브리스트가 3루에서 너무 표나게 홈쪽으로 걸음을 떼다 포수 커트 스즈키의 깜짝 견제구에 걸릴 뻔했다.
레이스 주자들의 웃자란 리드는 중단되지 않았다. 결국 큰 대가를 치렀다. 2루주자 바틀렛이었다. 그의 뒷덜미를 노리던 유격수 바비 크로스비가 원래의 유격수 자리에서 타자주자의 타구 행로에만 신경을 쓰는 듯하자 성큼성큼 3루쪽으로 옆걸음을 했다. 그러나 그를 노리는 건 크로스비만이 아니었다. 2루수 마크 엘리스도 있었다. 엘리스는 포수 스즈키에게 눈짓으로 생포사인을 보냈다.
스즈키는 투수 곤잘레스에게 전달했다. 곤잘레스는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척하다 그대로 돌아서 2루로 뿌렸다. 바로 등 뒤 크로스비의 동태를 살피며 방심했던 바틀렛은 아차 하며 황급히 2루로 몸을 날렸지만 때는 늦었다. 공보다 빨리 베이스커버에 들어간 엘리스가 공을 받아 바틀렛을 태그,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업톤의 우전안타가 터졌다. 주자들의 연이은 횡사가 아니었다면 최소한 동점, 너끈히 역전할 수 있는 것이 고작 2사3루밖에 안됐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후속타자 페냐의 라이너성 타구가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되면서 레이스는 3안타를 치고도 1점도 건지지 못하고 5회초 공격을 마쳤다.
중계팀의 지적대로 아주 이상한 이닝이 지난 뒤 스코어 보드는 0이 행렬만 계속됐다. A’s 선발투수 지오 곤잘레스는 시즌 첫승을 챙겼다. 레이스의 올스타투수 스캇 카즈머는 6번째 패배(8승)를 당했다. 데뷔전부터 무실점 피칭을 거듭해온 A’s의 브랫 지글러는 레이스의 9회초공격을 또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2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지글러는 5월말 메이저 승격이후 줄곧 중간계투로 기용됐으나 마무리전문 휴스턴 스트릿이 부진에 빠지자 최근 마무리를 겸하고 있다. A’s는 2회말 선두타자 에밀 브라운이 볼넷을 골라나간 뒤 바비 크로스비가 2점짜리 중월홈런을 터트려 선취점 겸 결승점을 다 해치웠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