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님께서 조심스럽게 글을 써보겠냐고 전화를 하셨다. 글을 잘 쓰진 않지만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나에겐 반가운 제의였다. 네 할게요. 너무 선뜻 대답하자 이 기자님은 오히려 다소 놀라는 듯 하셨다.
이상하다. 나는 곡을 쓰는 사람이다. 누가 곡을 써달라고 하면 그렇게 쉽게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은 내게 아무 부담이 없다. 곡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왠지 글이 써지고 싶어서 여기저기 끄적끄적 곡은 안 쓰고 일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
나는 글을 잘 못쓴다. 미국에 와서 지낸 후 한국어 언어능력이 떨어져 점점 더 못써간다. 그러나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곡을 쓰는 것과는 상대적으로 맘 편한 일이다.
작가는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글 자체가 작품이 되어야 하는 그들에겐 글은 상당히 부담가는 일일 것이다. 내가 글을 쓸 때 지키는 원칙은 하나다. 뻔한 것은 쓰지 말자는 거다.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삼형제에게 강조하신 것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메리 크리스마스 쓰지 말고 생일 카드에 해피 버스데이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 말 쓸거면 카드 보낼 필요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항상 카드를 쓸때 그 이외에 하고 싶은 말, 그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말을 생각해서 적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실제로 나의 카드를 받는 사람들은 그냥 카드구나 하고 덮기 보다는 살짝 웃게 된다.
앞으로 석달동안 부족한 필자의 글을 읽으면서 살짝 웃어주셨으면 한다. 글 솜씨도 없고 표현도 어눌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놓친 뭐 한가지에 대해 잠깐 미소 짓고 넘어갈 수 있도록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글은 누구나 쓸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독서를 많이 하자고 캠페인을 많이 한다. 그런데 글을 쓰는 것도 많은 사람에게 권장하고 싶은 일이다. 글을 쓰면서 많이 배운다. 삶을 돌아보고 계획하고 감사하고 음미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생각지도 않은 사소한 일에 대해 글을 써보면 그 안에 많은 의미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것은 지난날 쓴 글을 읽는 것이다.
다음은 몇년 전 곡을 쓰다가 귀퉁이에 적어놓은 글이다.
도저히 나아가질 않는다. 포기할지도 모른다. 멀고도 멀었구나. 진정한 삽질만 며칠째냐. 그래도 해보자.
이런 고뇌의 글조차도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귀중한 자산이다. 독자 여러분, 글을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