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당 5달러의 차이

2008-08-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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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미스터 앤더슨이라는 사람이 미 서부철도회사 사장으로 부임하여 현장을 순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임한 사장을 환영하는 직원 가운데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이 사장의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
“여보게 앤더슨, 날세. 자네와 난 텍사스에서 하루 5달러를 받고 철도회사에서 일했지.” 그러자 앤더슨 사장도 옛 친구를 반갑게 포옹하며 이렇게 말했다. “친구, 난 말이야, 20년 전 자네는 5달러를 받기 위해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난 철도를 위해 일했다네.”
그렇다. 5달러를 받기 위해 일한 그 사람은 평직원으로 머물러 있지만 철도를 위해 일한 사람은 철도를 책임지는 최고책임자가 되어 있었다.
이 일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같은 장소, 같은 일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꿈을 펼치고자 한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생존을 보장해주는 수준의 기본적인 물질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부자인데도 돈을 더 벌려고 인색한 삶을 살고, 어떤 가난한 사람은 끼니를 거르지 않는 일에 감사하며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하다. 우리가 마음먹은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에는 모순과 갈등이 생긴다. 인생은 끊임없는 실패의 반복 속에서 인생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 같다. 또한 좋은 환경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가난한 환경에서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더 위대한 발명을 하지 않았는가. 그는 어느 날 마차를 보고 짐승의 고통을 덜어주고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연구 끝에 차를 발명했다.
성실(誠實)은 존재의 근본이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성실하면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부자가 될 수는 없어도 마음까지도 가난해지지 않는다. 사람의 욕망은 천차만별이지만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면 일을 즐기며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삶에 귀착(歸着)되는가 하는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아짐을 느낀다. 행복의 기준을 치부(致富)에 두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명예로 보기도 한다. 또 교육자는 가르치는 일, 예술가는 창작활동, 자원봉사자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헌신하는 가운데 생의 보람과 행복을 찾기도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 집안에서 사랑받는 딸로 태어나 한 사람의 아내로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살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이제는 두 딸의 어머니로, 네 손주의 할머니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주중에 네 손주를 베이비싯하며 몸이 고단할 때도 많다. 그러나 아직은 건강하여 어린 새싹, 미래의 희망 꿈나무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또 매주 금요일이면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과 가족, 이웃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의미에서 한인노인들을 위한 식사배달 자원봉사에 나선다. 주일이면 교회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애쓴다.
유수(流水)같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살았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어도 지나고 보면 후회스럽고 아쉬움이 더 많다. 겸손함과 감사하는 온유한 마음으로 매일 매일을 사랑으로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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