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메리칸 드림의 물리학

2008-08-04 (월) 12:00:00
크게 작게
장기적 안목의 시간투자가 해답

50대, 60대 독자들께서 가끔 필자에게 전화를 해 오셔서 미국에 이민 온 이후 자신들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김포공항, 인천공항을 떠나 올 때 이민 가방 속에 담아왔던 ‘American Dream’이 언제 퇴색 되는지는 몰라도 미국에 온지 어느새 20년, 30년이 지나가서 이제는 노후가 걱정이 된다면서 이전에는 생각조차 않았던 Supplemental Security Income (SSI, 웰페어) 탈 날을 기다린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메리칸 드림은 정말 이렇게 끝이 나고 마는지 참담한 생각이 든다면서 이민시절 초기에 좀 더 계획되고 절제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하고 후회를 하고는 한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민자들에게 분명한 제약이 몇 가지 있음을 이 분들의 말씀을 통해 깨우칠 수가 있다.
우선 나이가 들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것저것 해보다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서 할 기회는 더 이상 없기에 한계효용치가 가장 높은 한 가지 전공으로 신중하게 결정하여 그것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부어야만 십년쯤 후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얼마 남지 않은 노동 가능기간에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정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같은 이민자들이 짧은 기간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하면 물리학적 공식이 필요하다.
이 공식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순간력(P)=force ×time. 이것은 물리학에서 순간력 또는 충격량을 구하는 공식으로 여기서 force는 힘, time은 시간을 나타낸다. 순간력 P는 운동량을 가지고 움직이는 물체에 힘을 가해서 멈추어 세웠을 때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뉴턴 제2 운동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을 활용하면 운동량을 바꾸는 것이 바로 이 순간력이라고 한다.
일(Work)은 어떤 물체를 중력장 안에서 일정거리 움직이는 것을 말하며, 공식으로는 Work = force × distance로 나타낸다. Distance는 거리를 나타낸다. 가령 누군가가 묵직한 쌀을 한가마니를 번쩍 들어 올렸다면 우리는 일을 했다고 말한다. 만약 그 쌀 한 가마니를 번쩍 들어서 집어 던진 것을 내가 단단하게 버티고 서서 ‘턱’ 하고 받아 내었다면 그 날아오는 가마니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 힘이 순간력이다.
위 순간력의 공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P는 f와 t에 비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다음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F는 그대로 고정해 둔 채 t만 길게 늘려 주면 P는 저절로 커진다. 증명이 가능하다. 힘의 단위를 뉴턴(n)이라 하고, f가 10n일 때 이 10n을 10초 동안 사용했을 경우 P = 10n × 10초 = 100n이 된다. 시간을 한번 배로 올려보자. 즉 10초를 두 배로 했을 때, P = 10n × 20초 = 200n이 된다. 힘은 10n에 그대로 둔 채로 시간만 10초에서 20초로 올려주면 P는 100n에서 200n으로 두 배 증가하게 된다.
거대한 운동량을 지닌 채 무섭게 움직이는 어떤 물체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P이다.
그러나 위의 공식을 통하여서 알 수가 있듯이 우리가 굳이 힘을 더 늘리지 않고 다만 시간을 길게 늘려주면 순간력은 커진다. P는 오래되면 될수록 더욱 커진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시간을 늘려 줄수록, 우리의 오늘 수고를 길게 늘리면 늘릴수록 우리는 세상의 더 큰 흐름을 바꿀 수가 있게 된다. 내가 만약 오늘 개천의 흐름을 옮겨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힘을 지금 사용하지 않고 잘 비축해 두었다 10년 후에 사용하면 강의 흐름을 바꿀 수가 있게 된다. 그렇지만 만약에 이 공식을 따르지 아니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t를 좀 줄여보겠다고 나선다면 바로 뉴턴의 만유인력을 거부하는 몸짓과 같은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은 강한 힘(f)에 의존하지 않고 긴 시간(t)에 의존한 사람들이다.
www.drsohn.net, (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