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 칼럼-대입 에세이
2008-08-04 (월) 12:00:00
꼭 완벽한 성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 실제로 B를 네 개 받고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있었고, C를 받고도 코넬대에 입학한 학생도 있었다. 또한 높지 않은 SAT 성적을 가지고도 버클리대 및 UCLA에 합격할 수 있다. SAT점수가 1,900점 이하인 학생들이 버클리나 UCLA에 합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잘못 쓰인 에세이로 인해 합격해야 할 학생이 떨어지기도 한다. 대학원서의 에세이는 입학사정관들에게 있어 학생을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정보이다. 명문대들의 경우 에세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 뛰어난 에세이로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합격 가능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것과 대입 에세이를 잘 쓰는 것은 다르다. 공부를 잘하거나 학교신문사 일을 하는 학생이라고 해서 대입 에세이를 더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이때까지 필자는 많은 학생들이 에세이를 쓰는 것을 지도하면서 지켜보았다. 대입원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준 뒤 아무 주제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첫 에세이를 써오라고 하면 놀랍게도 70~80%의 학생들은 다음에 완전히 다른 에세이를 쓰도록 제시해야 할 정도로 실패를 한다. 그처럼 에세이를 쓰는 것이 어렵고 에세이의 방향부터 잘못된 경우가 대다수이다.
가장 많은 실수는 스타일과 독창성을 강조하려 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대학이 에세이를 요구하는 것은 그 학생이 글을 얼마나 잘 쓰는가를 보려고 해서가 아니다. 학교성적이나 시험점수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학생의 인격이나 성품과 같은 내면을 보고 싶어서이다. 언뜻 보면 대학에서 요구하는 주제들이 특별한 사건이나 중요한 인물에 대해 생각하거나 느낀 점을 토론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 17~18세 되는 학생에게 아주 특별한 사건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특이한 사건이나 이벤트가 없었는데 도대체 무엇에 관해 써야 하는지 질문해 오는 경우가 많다.
에세이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어떤 사항에 초점을 맞출까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에세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예술인 듯 하다. 아무리 고치고 고치더라도 학생에게 맞지 않거나 잘못된 주제로 시작한 에세이들은 그저 그런 에세이로밖에 끝나지 않는다.
에세이를 쓰고 난 후 수십 시간을 들여 수정하는 것보다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기 전에 몇 시간을 들여서 바른 주제들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수많은 에세이를 읽어보게 되는 필자에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와 닿게 하는 것이 에세이를 만드는 작업인 것 같다.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기 전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어떤 주제를 정해야 하는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세이 하나하나가 학생의 성적이나 관심사 성품 자라난 환경 그리고 학교활동 등과 조율이 잘 되었을 때 그 가치가 높아지고 따라서 보다 높은 합격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학생의 영혼이 빠진 글은 그냥 좋은 글에 불과하다. 비록 완벽한 글이 아니더라도 그 학생의 진실이 들어가고 내용이 뛰어났을 때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대입 에세이가 되는 것이다. B를 네 개 받고도 하버드 대학에 합격한 한 한인 학생의 예를 들어보자. 긴 에세이 두개를 하버드에 보낸 이 학생의 주제는 그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창의적이지만 자신과 관계가 적은 글보다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항을 주제로 선정했다. 하나는 이민자로서 미국인이 되려고 하던 중 찾은 그의 한국인 정체성, 또 하나는 한 악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그 악기를 매스터하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고독한 노력. 주제만 보기에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에세이들에는 엄청난 노력과 투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에세이보다 더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www.MyIvyDream.com, (213)381-3949
이정석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아이비드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