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정 칼럼

2008-07-2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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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은 어디에

지금은 한비야지만 그 때는 김찬삼이었다. 토끼모양을 손바닥만한 나라에 갇혀 답답했던 시절, 나는 배낭 메고 외국을 떠도는 그의 발길에 내 꿈의 날개를 달았었다.

고국을 떠날 수 있었을 때, 나는 운이 좋다고, 넓은 물에서 자유를 누리며 시원하게 살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미국 나들이 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더니 어느새 모두들 잘살게 되어 하루하루를 근면히 사는 똥포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신나게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거였다.

여행을 다니는 게 평생소원이던 나는 꿈도 못 꾸는데 서울의 동창들은 애들이 한창 수험생 일 때도 바쁘다, 바쁘다 외면서도 툭하면 모여 유럽은 기본이고 동남아와 북구, 아프리카와 남미를 누빈다. 한국에 사는 한국 여자들, 참 좋겠다.... 쓸쓸하기까지 한 기분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딱해 보였던지 어느 분이 타임쉐어 콘도를 일주일 빌려주겠단다. 이런 횡재가 있나, 신나서 주위사람들을 초대했는데... 어머나, 노는데 미친 사람은 나밖에 없나 보다. 아무도 간다는 이가 없다. 한국의 동창들은 아이들 학교니, 집안 대소사니 등으로 정신없이 산다면서도 떼를 지어 여행도 쉽게 하드만 미국의 교포 아낙네들은 단 며칠의 휴가도 얻어내기 힘든가 보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사십년을 휴가 없이 살림만 해온 게 허망하다고 일 년 휴가를 얻어내 나가는 엄마의 이야기가 있다. 처음 그 이야기가 나올 때 나는 입이 딱 벌어져 ‘야! 김수현 쎄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났다. 그러다 내 입장을 생각해보니 나는 시아버지에 시누이, 아들 며느리와 손자까지, 한 울타리에서 사는 게 아니어서 그런지 일 년 휴가까지는 필요 없고 그저 자주 여행이나 다녔으면 좋을 것 같다.

나와 거래가 있는 화랑주인은 내 또래의 미국여자인데 화랑주인답게 분위기도 세련되고 옷차림도 늘 멋지다. 그녀는 뿔난 엄마가 그렇게도 외이는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인데 언제나 좀 외로워 보인다. 어쩌다 전화라도 하게 되면 반가워 펄쩍 뛰며 수다가 끝이 없다. 영어 하는 게 갈수록 귀찮아져 될 수 있는 대로 미국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는데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왠지 늘 맘이 짠해서 말이 곰살궂어진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구와 소속되고 싶은 욕구, 상반되는 그 욕구가 균형을 이루는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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