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생님 추천서

2008-07-2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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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교사와의 인간관계 다져야

지난 번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어느 세미나에서 필자는 참석한 학생들에게 교사 추천서(Common Application의 ‘Teacher Evaluation’으로 알려져 있다)를 써줄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해 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하버드, 스텐포드, 프린스턴 등 사립대학의 공통지원서에서는 선생이 학생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며, 그리고 학교 수업을 통하여서 알게 된 그 학생의 성격적 특성 중에서 특히 성숙도, 고결성, 동기부여, 지도자적 자질, 솔선수범 정신 등 다른 학생들과 차이가 나는 점을 평가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세미나 참가 학생들과 의논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학생에 관한 매우 주관적인 판단을 선생은 어떻게 내릴까 질문을 던졌는데, 좋은 성적을 낼 때 이런 것을 선생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고, 또 한참을 생각을 한 끝에 성적만으로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좀 더 통찰력과 사려 깊은 답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에 대한 평가는 11, 12학년에서 영어, 수학, 과학, 사회학 등 core curriculum을 가르친 선생들로부터 받기를 주문하고 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 학교 행동, 그리고 인간관계 기능 등에 대해 가장 정확한 지식을 지니고 있는 선생의 추천을 통하여서 학생의 학습기능상 성품행동의 면모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만약 선생님이 컴퓨터 속에 추천서 형식을 저장해 놓고는 추천서를 써 달라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학생 이름만 바꾸어서 틀에 박힌 내용을 여러 명의 학생에게 써주고 있다면 이런 추천서는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선생님을 탓하기 전에 학생에게 우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는 한다. 이런 추천서 대신 선생이 학생의 개인적인 면모를 바로 알아서 그 내용을 추천서에서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학생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으로부터 틀에 박힌 추천서가 아닌 진솔한 인간관계에 바탕 하는 글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는 한 학년 동안 얼마든지 있다.
우선 학기가 시작되면 추천서에 대한 선생님의 policy를 알아본다. 어떤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학생이 충족하였을 때 추천서를 써 준다는 규칙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상담하여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자신의 대학진학에 대한 계획과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또 학기 중간이나 학기 말 리포트 카드가 나오면 내용에서 추상적이거나 주관적인 것은 선생님을 만나 정확하게 분석하여서 다음 학기에는 개선 또는 강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또 A학점을 받는다 해도 수업에서 자신이 느끼는 점이나 급우간의 문제가 있을 때 이런 문제를 두고 선생님과 의논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문제해결 능력과 솔선수범 정신, 그리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학생으로 인식시킬 필요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까지 학생들의 행동을 학교에서 관찰해 보면 선생님과의 접촉은 초, 중, 고등학교를 막론하고 주로 좋지 아니한 문제가 발생할 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본다. 또한 한국계 학생들에게 지능과 성품행동 검사를 동시에 해보면 언제나 성품행동 부분이 지적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을 발견하고는 한다.
학업 능력에서 뛰어난 학생이 자신의 지적 능력을 사회활동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사회행동 및 인간관계를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기능을 발휘할 때 가능해진다. 학업성취도 향상에만 전념하노라면 정작 그 부분을 올바르게 활용하게 해주는 성품행동 기능 향상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투자야말로 그 어떤 투자보다 값진 자녀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213)234-8268
www.drsohn.net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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