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백인경(자영업)

2008-07-2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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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너무 건조하다.

올해는 유난히 산불도 많이나서 이러다 산들이 다 타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고 무척 걱정이 되었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속으로 비에 대한 여러가지 경험들을 그려 보기도 한다.


난 무척 비를 좋아한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에 온갖것 들이 말끔히 목욕을 한듯 산뜻해지고 꽃과 나무들이 생기가 넘쳐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괜스레 내마음도 시원하게 씻겨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늦은밤 잠자리에 들면서나 이른 새벽 막 잠에서 깨었을때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촉촉히 젖어들며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만약 비가 전혀 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메마르고 삭막할까.

오래전 여기 오기전에 친구들과 전라남도 홍도로 캠핑을 간적이 있다.
바닷가에서 두명 세명씩 여기저기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바다를 때리는 우뢰소리에 놀라서 깨어보니 천둥이 치고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성난 바다가 포효를 하고 사납게 쏟아지는 빗소리, 우뢰소리, 철철 흐르는 물소리, 여기저기 텐트 안에서 부르짖는 음성들, 마치 천지개벽 이라도 나는것 같았다. 얼마나 놀랐으면 같이자던 내친구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하느님께 간절히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난 지금도 그 강렬했던 순간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엄청나게 무서우면서도 강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자연의 현상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것 같았다.

지금은 우산이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나오지만 내가 어릴때는 비닐우산이 고작이었다. 조금만 바람이 불면 휙하고 뒤집히기 일쑤고 비닐이라 금방 구멍이 나 버렸다. 학교를 오고가는 길이 족히 2,3 킬로는 되는 거리라 그 비닐우산은 별로 내몸을 가려주지를 못했다.
아예 접어버리고 온몸에 뿌리는 비를 맞으면 얼마나 기분이 시원 했는지 모른다.

어쩌다 장마가 질 때면 평소에는 물이 별로 없었던 냇가에 어데서 그많은 물이 흘러 왔는지 엄청나게 물이 불어서 다리위까지 차올라 오기도 했다.
그 물위로 돼지도 떠내려가고 각종 살림살이 들이 떠내려 가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물난리가 나서 집들이 무너져 내린 가슴아픈 일 이었는데 어린 나로써는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었다.

자연의 섭리는 이렇듯 항상 넘치게 내려주고 또는 모자라게 하는것 같다.

우리에게 넘치고 모자라는 가운데서도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갈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라는 자연의 암시인것 같다.

요즈음은 우리네 생활도 가뭄이 든것 같다. 치솟은 오일값에다 불경기로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어 버리기도 한다. 이럴때 비라도 푸짐하게 내려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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