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청소년 템플 스테이를 다녀와서

2008-07-2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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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수 MD 보현사

얼마 전 뉴욕 주 애팔래치안 산맥 속에 자리한 한국 전통사찰 백림사에서 열린 미 동부 청소년을 위한 템플 스테이를 다녀왔다. 워싱턴 지역의 초·중·고등학생 12명을 인솔하여 3박4일을 다녀온 나에겐 남다른 감회와 묵직한 돌덩어리를 한고 돌아온 느낌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각 사찰마다 보편화되었으나 미 2세들을 위한 템플 스테이는 이번이 첫 번째였다.
아침 예불, 명상, 요가, 그림, 차 예절, 발우공양, 108배 등 사찰의식과 예법을 세 스님들께서 열심히 지도하시고, 중간 중간에는 강연, 스포츠, 견학을 삽입하였는데 모두들 진지하고 열심히 따라했다.
동부 지역에서 모인 40여 명의 남녀 학생들이 공군 사관 출신의 한인 장교 선배 형의 호령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같은 한국인의 핏줄과 뿌리의식을 느끼게 하는 마당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금방 친해져 취침시간이 지나도록 밤 깊어가는 줄 몰랐다. 계곡의 맑은 물소리, 울창한 송림 사이의 사슴 무리들,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빛, 고색창연한 법당의 건축양식과 부속물이 어우러진 사찰 분위기는 바로 한국이었다. 미국 사회와 학교에서 부닥치는 이질감과 차별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바로 이곳에서 한방에 날리는 듯 했다.
특히 떠나기 전날 밤 모닥불 파티는 여름 밤하늘이 떠나가도록 소리 지르고 우리는 같은 뿌리임을 확인하였다. 작별의 시간에는 헤어지기 아쉬워 서로 얼싸안고 울고,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원 내년에 다시 오겠다 하며 어떤 학생은 자기 생일에 참가자 전원을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 부모님 권유로 등 떠밀려 따라온 학생들 중에는 기독교 가정의 세 자매도 있었다. 이 세 자매는 108배를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따라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을 열심히 따라했다. 만약 이 어린 자매들이 우상이니, 사탄이니 하는 생각을 가졌다면 거부반응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 없이 모르는 맑은 마음으로 108배를 할뿐 더 이상 더 이상도 없었다.
이와 같이 매사에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모르는 맑은 마음으로 오직 할 뿐이라는 자세가 중요하다. 생각은 생각할 때만 제외하고는 항상 모르는 맑은 마음으로 꽉 차게 만들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매사에 생각을 일으켜 자기만 옳다는 기준을 만들어 판단하기 때문에 집착과 욕심과 편견을 갖게 되어 고민의 씨앗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불교도들이 절을 하는 까닭은 내가 나에게 절을 하는 것이요, 말과 머리로 알음알이를 만드는 것보다 온 몸으로 땀 흘려 겸손함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오장육부가 튼튼하게 되는 것은 보너스로 얻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우리가 건네준 불교를 토속신앙과 버무려 백인 엘리트 계층에 얼마나 잘 파고드는지 모른다. 우리 것을 지키고 사랑하는 불교인들을 동포사회가 따뜻한 눈길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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