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선중(원불교 샌프란시스코 교당 교무)

2008-07-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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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이란?

“삼계(三界)의 뜨거운 번뇌가 마치 화택(火宅)과 같거늘 거기에 참아 오래 머물러 긴 고통을 달게 받으랴.” 보조국사 지눌이 쓴 『수심결』의 첫 구절이다. 여기에서 삼계란 밖으로 펼쳐진 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펼쳐진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를 말한다. 다시 쉽게 풀어 말하면, 욕계란 욕심으로 사는 세계, 색계란 명예욕으로 사는 세계, 무색계란 나는 욕심과 명예욕을 초월했다는 생각, 즉 법상으로 사는 세계를 말한다.

어느 평화로운 숲 속, 어느 날 토끼가 도토리나무 밑에서 자다가 갑자기 큰 소리를 듣고 놀라서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노루가 뛰기 시작하고, 다람쥐가 뛰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온 숲의 동물들이 다 뛰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속도 경쟁까지 붙어 모든 동물들은 더 빨리 더 빨리 하면서 달려간다. 이 숲의 끝에는 낭떠러지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뛰기만 한다. 숲 속의 왕인 사자가 이것을 보고 길을 막고 큰 소리를 쳐서 동물들의 질주를 멈추어 세우고 물었다. 어디로 가느냐? 하고 물으니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대답을 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은 잠시 멈추어 고요하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위 예화의 동물들처럼 어쩌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기 쉬운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물욕(物慾)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계속 돌고, 그 물욕이 채워진 사람들은 명예욕이라는 다른 쳇바퀴로 이동해서 달리기를 한다. 부처님 혜안에는 아마도 이런 세상에 사는 모든 중생의 삶의 모습이 바로 불이 난 집에서 스스로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췄으리라.


이러한 고통의 삶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 가는 세계이다. 누가 너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지 않는데,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고 한다. 마음은 행복을 추구하는데, 현실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 이 괴리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오래 동안 갖고 싶어 했던 차를 사거나, 집을 사게 되었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행복한 순간이다. 그런데 삶은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팔고(八苦)를 이야기 하셨는데,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고(四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인 애별리고(愛別離苦),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을 말하는 구부득고(求不得苦),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 원증회고(怨憎會苦), 오온이 치성해서 오는 괴로움 오음성고(五陰盛苦)의 사고(四苦)를 합쳐서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팔고는 모두가 싫어하고 피하고 싶은 것들이지만, 사실은 누구나가 거쳐 가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따라서 행복이라는 것은 어떤 내가 바라는 바를 얻는 순간을 일컫는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팔고를 싫어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삶의 진실일 때, 행복을 이러한 팔고를 다스리는 마음의 자세, 마음의 태도라고 정? ?내리면 어떨까.

중생의 마음을 삼계로 구분 지었지만, 사실 부처님이 말씀하시고 싶은 것은 이러한 삼계가 아니라, 우리 마음 세계에는 삼계를 뛰어넘는 고요하고 맑고 밝은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바로 생노병사의 힘든 노정 속에서 이 고요하고 맑고, 밝은 마음 세계를 다스리고 길들이고 키워나가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삼계 속에서 살면서 그 가운데 마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그 가운데 고요하게 잔잔하게 펼쳐지는 그 깊이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자세가 아닐까.

사람은 습관성이 자신을 인격을 이루는 씨앗이 된다고 한다. 삶의 모든 순간을 다루는 마음의 습관이 항상 고요한 가운데, 밝게 생각하고, 용기 있게 실천하는 습관의 종자를 매 순간 심으면서 행복의 터전을 날마다 순간으로 넓히고 다지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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