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을 이용하세요”
2008-07-21 (월) 12:00:00
칼리지 카운슬러 적극 활용해야
매년 9학년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짤막한 인사를 하는 중에 반드시 “Please use us.”라는 말을 끼워 넣는다.
여기서 ‘우리들’이란 물론 카운슬러들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시설과 서비스를 말하고 있다.
‘이용한다’는 말은 경우에 따라 남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의 잇속만 차리는 얌체 같은 행위를 지칭하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용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비스가 꽤 많고, 이들 서비스를 현명하게 이용할 줄 아는 것도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였다.
고등학교에서 제공하고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 중에서 오늘은 칼리지 카운슬러에 대한 소개를 하려고 한다.
일반 상담교사들이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 동안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상담과 지도를 맡고 있는데 비해, 칼리지 카운슬러는 대학 입학원서를 쓰기 시작하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학생이 목표로 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담과 지도를 해주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그러나 대학진학 준비는 12학년이 되어서야 시작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일반 상담교사와 대학 상담교사의 업무는 서로 많은 면에서 중복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구에 따라서는 대학진학 상담교사를 따로 두지 않고, 일반 카운슬러가 모든 일을 맡도록 하는 학교도 많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칼리지 카운슬러가 있다면, 대학진학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는 첫 단계부터 이 카운슬러를 잘 ‘이용’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칼리지 카운슬러와 잘 알고 지내는 것이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학생 수가 많은 큰 학교일수록 칼리지 카운슬러는 무척 바쁜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여러 대학에서 발표하는 최근 정보, 정책을 일일이 검토해서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또 대학에서 출장 나온 홍보 대표들과 학생들과의 면담을 주선해야 하고, 미팅에 참가해야 하고, 학생들의 추천서를 써 주어야 하며, 장학금과 재정보조에 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칼리지 보드와 여러 대학의 입학사무처와 긴밀한 연락을 유지해야 하는 등 참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직책이 바로 칼리지 카운슬러 직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다 해도 칼리지 카운슬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바로 학생들의 진학상담을 정성껏 돕는 것이다. 그럼으로 학생이나 학부모 측에서 상담을 요청하면 이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 이들의 의무인 것이다.
일단 칼리지 카운슬러와 약속이 되었으면, 다음에는 만나서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하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느냐를 자녀와 함께 공동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먼저 준비해 가지고 갈 서류로는 현재까지의 성적표, PSAT, SAT, ACT 시험점수, 현재 택하고 있는 과목, 취미와 특기, 희망하는 전공, 가정의 경제적 사정 등을 알려주면, 카운슬러로서는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 있는 상담을 해줄 수 있다.
상담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 수준에 맞는 대학의 범위와 리스트, 원서를 쓸 때까지 남은 기간에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 학비보조나 장학금에 대한 정보, 관심 있는 전공분야가 활발한 대학에 대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끝으로 상담하기 전에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이 상담교사를 만족스럽게 이용하는 바른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