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엔 친이, 친박, 친촛불 뿐 / 폴 손

2008-07-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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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손 칼럼

요즘 한국에서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일제 때, 육이오 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 영령들이 또 한번 한숨을 쉴 것 같아 마음조린다. 부모님의 뼈가 묻혀있는 곳인데다, 반토막 난 조국이지만 유격, 공수 및 육군 오종 경기의 혹된 훈련까지 받으며 국방의 일익을 담당했었기에 더 애착이 가기 때문이다.

나라도 잃어봤고, 내전도 치러봐서 철이라도 들 때가 되었건만 아직도 미성숙한 정치인들을 보면 왜 한국만이 지구 상의 유일한 분단 국가인지 이해도 간다. 말은 “우리”라고 표현해서 공동체 의식을 나타내지만 그 내면에는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국가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계파에만 집착하고 있지않는가?

아직까지 수입도 안된 광우병 걸린 쇠고기에 관한 허위 보도에 지레 겁을 먹고 촛불을 들고 청계천으로 뛰어나간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에서 북한 경비병이 쏜 총에 사망한 박 왕자씨에 대해 함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촛불은 이리도 잠잠한가? 왜 국민 대책회의는 이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열지 않는가? PD 수첩은 카메라를 들고 금강산으로 급히 뛰어가지 않고 뭘하는가? 독도 영유권에 관해서는 왜 침묵인가?


육이오 직후 전력 사정이 나빠서 촛불을 켜고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류 학교 가려고 열심히 공부했었다. 불켜진 양초를 연필 대신 손에 잡고 열심히 글을 쓰면서 공부했었다. 초 녹은 물이 손등 위로 떨어지는 것을 참으며… 그 촛불이 준 교훈이 있다면, 촛불은 꺼지는 순간이 가장 밝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교만해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곧 꺼질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겸손하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엔 친이 (이 명박), 친박 (박 근혜) 및 친촛불 밖에 없다. 굳이 더 있다면 해외나가서 추태를 벌리는 의원님에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섹스 관광을 즐기는 배달의 자손들, 어린이 아낙네 안가리고 성폭행 후 살인하는 흉악범들, 검은 양복에 놀고 먹는 조폭들이 있다. 꼭 있어야할 친국가와 친국민이 없다.

(1) 친이
이 명박 대통령이 통치권자의 권력을 잡았으니 그 상 아래로 떨어지는 고물이라도 집으려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다. 국회 의원 선거 공천에서도 친이 깃발로 공천받으려는 사람들로 한나라당은 넘쳐났었다.

CEO의 생리는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무소속의 사업가 로스 퍼로 (Ross Perot)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는 출마했다가 안될 듯하니 그만 뒀다가 다시 될 듯하니 재출마를 했다. 장사 속이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의 어록을 보면 “재고 또 잰 후, 싹뚝 잘라라 (Measure twice, cut once.)”는 말이 있다. 이 대통령의 장관 임명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했다가 유야무야한 일을 볼 때, 정말 그는 약속의 사나이인가? 나라 살림은 취임 후 지금까지 헛돌고 있으니, 놈현보다 나은 게 없는 것 같다.

(2) 친박
박 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가보다는 자신을 지원하는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였다. “원칙” “정도”라는 말을 써왔지만, 국가가 먼저라는 원칙을 져버렸다. 국가가 먼저라면 이유야 어쨌건 촛불 파동 진정에 나서야 했었다. 객관적인 원칙보다는 자신의 원칙을 먼저 내세웠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3) 친촛불
한국 정치인들의 “당을 위해서”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국가를 위해서”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들은 단지 투표할 때, 거수기에 불과하다. 그 후론 정치인들로 부터 다음 선거 때까지 외면당한다. 청계천으로 촛불들고 출근하고 여의도에서 봉급받는 국회의원들이 부럽다. 그래도 좋다고 그들과 함께 촛불들고 나서는 한국민들이여, 독도 문제로 또 한바탕해야되니 힘 좀 아껴두고, 경제도 어렵고 날씨도 더운데 찬물마시고 정신차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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