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綠陰)이 눈부실 정도로 푸르른 계절이다. 외길로 달려가는 인생에서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갖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계절이 여름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척박한 이민의 삶은 늘 짜여진 일정에 긴장된 생활의 연속이다.
그래서 여름휴가는 잠시나마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해마다 나는 딸네 가족들과 메릴랜드 오션시티로 휴가를 다녀오는데 매년 바다의 단상(斷想)이 달라짐을 느낀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 되는 수평선, 푸른 바다 위를 하얗게 나는 갈매기 떼, 동트는 새벽녘의 쏟아지는 햇살이 넓은 바다를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충만한 감동을 느낀다. 어쩌면 그 순간은 인간이 자연과 완전히 동화되는 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와 나, 시공(時空)을 초월하면서 우리 인생도 언제나 파도의 이어짐과 같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빛이 있어 그림자가 있듯이 파도는 그리움과 슬픔, 즐거움과 함께 출렁이며 수많은 젖은 모래알같이 나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신다. 그래도 귀한 생명의 축복에 감사함이 넘친다.
인간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공간이 있어서 그 공간을 채우기까지는 삶의 행복과 기쁨을 맛볼 수 없는 것일까. 인생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만의 것이며 한번뿐인 길이 아닌가. 그래서 생명이 있으면 축복의 삶이다. 그러나 생명이 있어도 역경을 견디지 못하면 불행한 삶이다.
누구나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자연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인내와 희망을 주는가.
나는 아주 흐린 날씨가 보이면 비가 올 것인가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때 구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도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 것을 알게 된다. 노도(怒濤)가 없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며 위험이 따르지 않은
산은 산도 아니라고 했다. 바다는 사랑과 낭만의 대사라고 한다.
보이지 않지만 믿음으로 보이는 것은 영원하고 대자연속에 주님의 사랑이 임재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산은 산같이 살라하고 물은 물같이 순리대로 살라 라는 말이 있나 보다. 누군가 자연은 신이 만든 위대한 작품이라고 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있다. 예부터 우리는 하루하루를 새롭게 맞이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나는 장엄한 대자연의 교향곡 속에서 삶의 이치를 듣는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섬세함 속에서 창조주의 손길을 느낀다면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나 라는 사색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