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영화이야기
‘핸콕’(Hancock) ★★(5개 만점)
한 여름에 털모자를 쓰고 위스키를 병나발 부는 상거지꼴 차림의 주인공 존 핸콕처럼 너저분하고 볼품없는 영화다. 박스 오피스 황금알을 줄줄이 낳는 수퍼스타 윌 스미스 주연으로 미 독립기념일 연휴를 기해 개봉되는데 스미스의 위력이 무서워 다른 영화들은 모두 이 영화를 피해 갔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내용이 허술하고 아무리 환상적인 얘기지만 씨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해대는 이런 영화를 스미스의 ‘초능력’이 과연 장기 흥행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심히 의문스럽다. 눈요깃거리 특수효과 외에는 전연 볼 것이 없는 영화로 얘기가 너무 약하고 논리라곤 완전히 내다버린 메이저의 올 여름 영화 중 최악의 것으로 남을 만하다. 오스카상을 받은 샬리즈 테론이 스미스의 상대역으로 나와 영화가 더 초라하게 보인다.
왜 메리는 자기남편을 구해 준 핸콕을 피하는 것일까.
요즘의 LA 홈리스 알콜 중독자인 핸콕은 수퍼맨의 비행 속도와 힘을 지닌 자로 앤젤리노들이 모두 잘 아는 범죄퇴치자다. 그러나 그는 자기 일을 마지못해 하는 억지 영웅인데 너무 파괴적이고 태도가 오만불손한데다가 말끝마다 상소리를 해대 앤젤리노들의 적대감을 산다.
핸콕이 어느 날 차에 탄 채 철로 건널목에 갇힌 홍보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만)를 구해 주면서 레이는 은혜 갚는 셈으로 핸콕의 이미지 개선작업에 나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레이의 아내 메리가 자기 집의 저녁에 초대받은 핸콕을 대하는 눈길이 영 곱지가 않다.
레이는 체포령이 떨어진 핸콕에게 일단 교도소에 들어가 자숙하라고 조언한다. 그가 옥살이하는 사이 범죄율이 증가하면 사람들이 그제야 핸콕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케 될 것이라고.
핸콕이 옥살이를 하는데 다운타운의 은행에 침입한 4인조 무장 강도들이 인질을 잡아 놓고 경찰과 대치하는 바람에 당국은 핸콕에게 S.O.S를 보낸다. 그리고 은행에 날아 도착한 핸콕이 4인조를 몽땅 체포한다.
영화는 중간 조금 지나 전연 뜻밖으로 상황이 바뀌면서 얘기가 완전히 터무니없는 만화처럼 된다. 레이의 아내가 관계된 이런 새 사실은 드라마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기보다 억지로 얘기를 끌고 가기 위한 무분별한 조작에 지나지 않는다. 피터 버그 감독. PG-13. Sony. 전지역.
핸콕이 레이가 탄 차를 한 손으로 들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