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한 논설위원의 글을 유심히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적쇄신이라는 목적 하에 새로 임명된 주요 요직들 중에 한 대학 총장의 임명을 두고 쓴 소리를 하였다.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대통령직뿐만 아니라, 세상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성공의 열쇠는 일하는 사람의 똑똑함보다 실무경험이 더 필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사장이 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지시하고자 할 때 직원의 대학 졸업장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대신 ‘그 비슷한 일을 누가 잘 처리하였나’ 내지는 ‘하는 일마다 실수 없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직원은 누군가’에 관심을 쏟고 적임자에게 일을 맡기기 마련이다.
자동차 세일즈를 하다보면 손님의 보험회사와 연락할 일이 가끔 생긴다. 전혀 다른 업종이지만 손님의 편의를 봐드리기 위해 내가 나서서 도와드릴 때가 있다. 한 번은 한국에서 오신지 얼마 되지 않은 손님이 새로 산 자동차의 보험 가입을 도와 달라고 하셨다. 순순히 동의를 하고 보험회사 직원에게 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했다.
얼마 후 보험회사 직원으로 생각되는 젊은 아가씨가 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자기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신민수 씬가요” 하더니, ‘손님이 화가 났다’며 횡설수설 앞뒤도 없는 이야기를 10분이 넘게 큰소리로 화를 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지만, 언급된 손님이 나에게 차를 사간 것으로 보아 새 차 보험 가입에 관한 것이라 추측이 되었다. 나는 중간에 말을 자르며 “잠깐 말을 멈추시고 제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만 말 하세요”라고 하였다. 상대방은 화를 잠시 누그러뜨리며 “자동차 고유번호하고 융자은행 연락처요”하였다. 나는 다음 날 아침에 팩스로 보내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아침에 팩스를 하기 전에, 통화했던 아가씨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나마 그녀가 말해준 전화번호조차도 대표전화라서 본인과 통화도 못했다.(나는 내 모든 손님들에게 나의 셀폰 넘버를 주면서 자동차 서비스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씀드린다)
반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보험회사 직원은 상냥한 말투로 전화하면서 본인 소개를 먼저 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용건을 간단히 말한다. 팩스를 받고 난 후에도 도움을 주어서 감사하다고 꼭 응답 전화를 하며 한번 찾아뵙겠다고 인사를 한다. 실제로 평소 자동차 보험 서비스에 불만이 있던 사람들은 새 차를 사면서 ‘어느 보험이 잘 하느냐’고 나의 의견을 묻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이와 같은 예의바르고 성실한 보험회사 직원을 소개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필시 그 사람은 실무 경험이 풍부해서 손님들이 편안하게 믿고 맡길 수 있으리란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일을 빠르게 잘 처리하는 사람과 일을 하면 가속이 붙어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반면 일을 잘 몰라서 신경질이나 내고 책임회피만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면 동맥경화 걸린 것처럼 일의 템포가 느려지고 서로 험담만 하게 된다. 하물며 한 국가의 대통령은 정말로 사람을 잘 등용해야 한다. 공정하면서도 일처리 솜씨가 탁월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등용만 잘하면 결과는 임기 동안 국가의 평화와 번영이고 결국 그 공이 대통령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나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나 할 것 없이 실무자로서의 능력 평가보다는 터놓고 얘기할 편한 사람들을 측근으로 선택하는 것 같아 멀리서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