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협상 아닌 협상

2008-06-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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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정 하얏츠빌, MD

본국은 물론이고 한인사회 언론들도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런 저런 논란에 광우병 확률이니, 과학적 근거가 어떻고 하는, 물타기까지 가세해 본질이 왜곡되는 것 같아 촛불시위의 본질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 본질은 정부가 협상을 했다고 내놓은 결과를 국민은 협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고 협상을 다시 하라는 것이었다. 재협상 하라는 것은 수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수입은 하되 국민이 납득하는 선에서 하라는 국민의 뜻에다 대고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미국 쇠고기 광우병에 안전하고, 과학, 확률이 어떻고 광고 때리고, 국가 신용 어쩌구 하면서 재협상 불가, 괴담, 배후 하며 배 째라 로 나오니 촛불이 계속 타는 것 아니겠는가.
광우병 공포니 수입 반대 등은 정부의 변명으로 시위 중에 몸을 불린 지엽적인 이슈이지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한국, 한국민의 자존심, 즉 사는 사람이 물건을 선택할 권리, 물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 사고 돌아설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은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로 분류돼 있는데 광우병 소 몇 마리 발생으로 한국이 수입을 중단, 몇 년 동안 쇠고리를 못 팔아 억울하고 괘씸한 심정에 파는 놈 마음대로 하는 협상문을 만들어 한국 협상단에 디밀었다고 하자. 그런데 그 협상문의 내용이 무언지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 하고, 하루 만에 덥석 사인해주고 만면에 미소 짓는 그 인사들은 어느 나라 공인인지. 한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1박 숙박료로 한국, 한국민이 영혼과 자존심을 헌납하고 돌아온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는 팔면서 미국 쇠고기를 안 사겠다면 말이 안 되고 통상 마찰에 불이익이 돌아온다고 국민을 협박하는데 그에게 묻자.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에 자동차를 조금밖에 안 팔아 2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을 수입하고 있는가. 알려진 바로는 일본은 그런 기존원칙을 계속 고수한다는 입장이고,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협상은 아직도 밀고 당기며 오히려 미국이 30개월 미만으로 하자고 매달리는 형국이라 한다. 진정 슬픈 것은 미국은 EU나 일본에 우리나라와 같은 협상문을 절대로 디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오피니언 난의 시인이라는 어떤 분의 “중국산 제품의 독성 성분 때문에 미국, 일본에서 난리가 났어도 촛불 들고 나온 사람은 없었다”는 주장을 보고 어이가 없어 한참 헛웃음을 웃고 과연 이런 사고의 능력과 감성을 가진 분이 어떤 시를 쓸까 궁금하고, 그 이유를 알려드리고 싶다.
촛불을 들고 나올 필요가 없으니까-. 왜냐하면 관계자와 당국이 알아서 수입 중단하고, 리콜하고, 리펀드 해주고, 반품해서 크레임까지 하고. 이런 류의 보편타당성 있는 논리나 상식이 결여된 주장은 또 다른 형태의 공해일 수 있다.
촛불을 들고 나올 필요가 없게 하거나, 끄는 것은 간단하다.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르고, 국민의 구겨진 자존심과 사는 자(구매자)의 권리를 되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많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비싸지 않다.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반대하며 고 장준하 선생이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가 조금 고프더라도 인간으로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는 말을 독자와 함께 음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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