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울증 치료제와 청소년 자살

2008-06-2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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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적극적인 대화 노력 선행

우울증 치료제(SSRI)가 청소년 자살 증가의 원인인가?
미국 내 10대의 자살률이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의학계와 심리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통계인 2004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8%나 증가 했고 그전 15년간의 자살률 감소 추세를 크게 벗어났습니다. 10세에서 14세까지의 여자 어린이의 75.9%의 자살 증가율을 비롯해 모든 나이의 남녀 청소년들의 자살시도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에는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급증하는 자살의 가장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뜻밖에도 2004년 당시 미국 연방 정부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대표적인 우울증 치료제인 SSRI에 부착한 경고문입니다.
이와 같은 경고문은 청소년의 우울증 치료제 사용을 즉각 20% 이상 감소시켰으며 치료제가 필요할 때 약의 사용을 기피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자리 잡히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의 치료제인 SSRI가 어떻게 해서 우울증의 가장 무서운 증상인 자살을 치료하기는커녕 증대시킨다고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경고문을 넣었을까요. 그것은 미국 식품의약국 자체에서 실행한 연구에서 이 약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자살 시도율을 2%에서 13%까지 증가시켰다는 결과를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연구 결과에 상응해 그런 경고문을 넣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된 것은 환자가 우울증을 경험할 때 정말 심한 경우엔 자살을 할 여력이나 자살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상태에서 우울증 치료제의 투여시 갑자기 생기는 여력과 기운은 전에는 시도조차 못했던 자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줍니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계 권위자들은 우울증 치료제 투여 후의 많은 자살시도는 우울증 치료제의 본질적인 부작용이 아니라 환자에게 생기는 갑작스런 기운과 여유로 인한 현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번 짚고 넘어갈 것은 SSRI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우울증에 많은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프로잭 (Prozac)은 어린이들에게 65%의 약효가 입증됐고, 졸로프트(Zoloft)는 75%의 약효가 입증되었습니다. 어린이가 심한 우울증을 경험해서 약을 처방해야 할 때 자살할 위험 때문에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경우, 아직 심하지 않았던 우울증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자살의 위험이 오히려 증가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번 갑작스러운 청소년 자살 증가는 필요한 치료제를 자살의 위험을 의식해 기피한 것이 오히려 큰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우울증의 경우 약의 치료보다는 심리적인 치료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증세를 일으키는 원인이 있을 경우 근본적인 원인을 인식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그 증세가 언제나 재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약을 이용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면 절대로 약을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약을 병행해야 치료가 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자주 이용되는 SSRI의 대표적인 약명은 Celexa, Lexapro, Prozac, Paxil, Zoloft 등 입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달라서 우울증의 증세를 우울함과 피곤함으로 나타내기보다 행동적인 문제로 (잦은 싸움이나 기물 파손 등)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그 증세를 판단하고 치유하기 쉽지 않은 때도 있습니다. 만일 부모님의 자녀가 우울증의 증상을 어떤 형태로든 보인다면 더 적극적인 대화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만일 전문인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느끼실 경우에는 한 시라도 빨리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기며 확인을 하는 것이 특히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는 현시대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714)293-0123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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