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딩스쿨을 고려하는 가족에게

2008-06-23 (월) 12:00:00
크게 작게
철저한 준비와 검토 뒤 결정

방학을 앞두고, 곳곳에서 보딩스쿨 입학에 관해 문의하는 전화를 받기 시작하였다. 불과 석 달전 입학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앞으로는 한인들에게 보딩스쿨을 권하지 말자고 다짐한 바 있다.
한인 학생들이 들어갈 자리가 많지 않은 데 반해, 지원자가 매우 많으니 원하는 학교에 입학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식이 명문 학교에 들어갈 만큼 갖추어져 있다고 그릇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도전이 되고 있다. 또다시 많은 한인 가정이 잘못 판단하여 입학에 실패하지 않고, 바라는 대로 보딩스쿨에 자녀를 보낼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게 도리라 생각하였다.
먼저, 진정 보딩스쿨에 지원할 것인지 여부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고 싶어 보내고 싶은데, 아빠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반대한다거나, 아이는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 엄마는 아이와 떨어지기를 원치 않는다고 주저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렇게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입학 준비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던 빠른 시일에 결정한 뒤, 가기로 했다면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둘째, 명문 학교에 집착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매년 주변의 대부분 한인 학생들은 이른바 ‘탑 10 스쿨’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보딩스쿨 입학 결과에 관련된 숫자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자녀가 충분히 합격할 수 있으리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수치는 공부밖에 내세울 게 없는 한인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수치가 아니다. 게다가 한인 학생들이 입학할 자리는 아직 많지 않다. 다른 한인 지원자에 비해 훨씬 돋보이지 않는다면, 명문 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셋째, 지원하기로 결심하였다면 일정표를 작성하여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7학년을 마치고 보딩스쿨 입학을 준비하기 시작한다면,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은 6개월 동안 최대한 노력을 집중하도록 온 가족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여름 방학동안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한편, 토론식 수업에 필요한 스피치나 디베이트 훈련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입학시험은 방학동안 준비하여 10월에 치르도록 한다. 학기 중에는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보딩스쿨 지원 공통 원서를 작성해 본다.
각 학교마다 고유한 원서가 제공되고 있지만, 에세이를 제외하고는 공통 원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서에서 묻는 내용을 잘 파악하면, 내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입학 이후에 대비한다.
보딩스쿨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들은 대체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공부를 잘한 탓에 입학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발표력이 부족하고, 운동을 잘 못하며, 사교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학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 해도, 토론식으로 전개되는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교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는 나중 대학 지원시 작성하는 추천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스피치 훈련을 받는다면, 발표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입학 인터뷰를 치를 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녀가 과연 보딩스쿨에 적합한지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보딩 스쿨이란 단순히 아카데믹 영역이 강한 학교가 아니다. 특히 명문 보딩 스쿨은 아이비리그 또는 그에 준하는 사립대학의 예비 과정으로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재학생들에게는 공부 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클럽 활동이 주어진다.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학생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능력 있는 한인 학생들에게 적극 권해보고 싶다.
(213)500-9067
알렉스 정
<코암 영재교육원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