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 레인’ (Brick Lane) ★★★½(5개 만점)
나이 많은 남자에 팔려간 어린 신부
방글라데시 소녀 얘기 통해
무슬림들이 겪는 현실 조명
‘팔려간 신부’의 얘기로 10대 때 런던의 나이 많은 남자의 아내로 팔려간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시골 신부의 잡다한 일상과 감정적 갈등을 아름답고 감정적으로 그린 드라마다.
이국적인 소재와 함께 9.11사태 이후 무슬림들이 겪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다. 원작은 모니카 알리의 소설로 여류 감독 새라 개브릴의 여성적 솜씨가 완연히 배어 있다.
방글라데시의 깡촌에서 사는 소녀 난진(타니시타 채터지)은 여동생 하시나(자프린)와 강한 연대를 맺으며 가난하지만 즐거운 날들을 보내며 산다. 그러나 난진의 삶은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완전히 뒤바뀐다. 난진은 아버지에 의해 런던의 무슬림계가 사는 서민동네 브릭 레인의 거주자인 샐러리맨 차누(사타시 카우시닉)에게 아내로 팔려간다.
영화 사이사이 난진과 하시나의 어린 시절의 장면이 삽입되고 또 영화는 난진이 하시나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는 해설형식을 취하면서 고향을 떠난 여인의 동경을 알뜰하게 묘사한다.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이 미덕인 무슬림 가족의 가르침을 공손히 수행하는 난진은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비대한 남편을 섬기며 어느덧 10대난 두 딸을 두었다. 이 중 장녀는 반항적이어서 고지식한 아버지와 대결이 잦다.
난진이 하는 일은 가사와 딸들과 남편 돌보는 일. 외출이라고는 어쩌다 장보러 가는 것이 전부. 영화에서 돋보이게 묘사된 인물이 차누다. 그는 공부를 많이 해 아는 것이 많은데 문제는 너무 티를 내 그 지식이 허풍을 떠는 것처럼 보이는 점. 말끝마다 책을 인용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가난하고 무식한 무슬림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한편 난진은 가계를 돕기 위해 가내 봉제일을 시작하는데 이 문제로 남편과 충돌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일감을 갖다 주는 젊은 남자 카림(크리스토퍼 심슨)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사랑과 독립심을 함께 발견한다. 그리고 난진은 차누의 인간적인 자기 희생정신 때문에 마침내 독립하게 된다. 카우시닉의 연기가 뛰어나고 촬영이 아름답다.
PG-13. 로열(310-477-5581), 타운센터 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폴브룩 7(818-340-8710), 사우스코스트 빌리지(714-557-5701).
팔려온 신부 난진은 연인과의 사랑을 통해 자유를 숨쉰다.
‘왕이 없다면’(Without the King) ★★★
아프리카의 유일한 절대왕국인 스와질랜드의 현실을 국왕과 왕족 및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국민 등 여러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하게 보여 주는 재미있고 교육적인 기록영화. 수십년간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국왕 므스와티 III은 자기 마음대로 국가를 지배하면서 초호화판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절대다수가 절대적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이 나라는 전 세계에서 HIV 바이러스 감염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독재와 빈곤에 시달리다 못한 국민들이 혁명의 싹을 키우는 과정과 함께 국왕의 변명 그리고 13번째 왕비 중 첫 번째 왕비의 이야기가 상세히 기록됐다. 특히 감격적인 것은 가주 비올라대 유학생인 첫 왕비의 장녀인 시칸비조의 자각. 공주의 국가 체제의 변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로 끝난다.
뮤직홀(310-274-6869).
‘폴로니움 독살’(Poison by Polonium) ★★★
2년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화제가 됐던 러시아 망명자인 전직 스파이 알렉산더 리트비넨코의 런던에서의 폴로니움-210에 의한 독살을 다룬 뛰어난 기록영화.
리트비넨코는 마시던 차 속에 투입된 치명적 방사능 물질인 폴로니움에 중독된 뒤 긴 고통의 시간 끝에 사망했다.
영화는 당시 러시아 대통령 푸틴 하의 깡패정치와 함께 KGB의 후신인 FSB의 만행을 리트비넨코와 그에 동조하는 전직 FSB 요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낱낱이 보고하고 비판하고 있다.
푸틴이 몸담았던 FSB가 살인단체라고 폭로한 리트비넨코는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했으나 독살됐다. 그러나 아직도 누가 그를 독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뮤직홀.
‘해프닝’(The Happening) ★★
파괴적으로 변하는 사람들
‘제6감’과 ‘징표’ 등 초현실적 공포 도깨비 영화 전문 감독인 인도계 M.
나이트 샤야말란의 공포 스릴러로 끔찍한 장면이 많아서 그의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R(17세 미만 입장 때 부모나 성인 동반요) 등급을 받았다.
맨해턴을 중심으로 미 북동부에서 괴현상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갑자기 자기 파괴적이 되면서 건물 꼭대기에서 뛰어내리거나 자기 몸에 잔인한 가해행위를 한다.
이런 괴이한 ‘환경 악몽’ 속에서 부부관계에 갈등을 겪고 있는 고교 과학교사가 아내와 그들이 돌보는 소녀와 함께 보이지 않는 죽음의 만연을 피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과연 무엇이 이 괴현상의 원인일까. 전지역.
‘나의 위니펙’(My Winnipeg) ★★★
어린 시절 회상하는 환상물
캐나다 위니펙 태생인 초현실주의적 영화인 가이 매딘의 ‘기록 영화 환상곡’으로 자신의 고향과 어린 시절에 바치는 얄궂고 우습고 또 환상적인 흑백영화.
기록 영화이면서 배우를 고용해 사실을 재연케 한 유사 기록영화식의 작품인데 눈에 덮인 위니펙과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매딘이 꿈꾸는 열병과도 같은 영화다.
매딘은 자기가 어렸을 때 살던 미장원 겸 가정집을 찾아가 그 곳을 무대로 자신의 과거를 재연하면서 마치 탯줄처럼 연결된 자신과 이 도시와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도시의 연대기이자 개인의 역사로 매딘의 팬들이 아닌 사람은 다소 당황할 것이다.
26일까지. 뉴아트 (310-281-8223).
‘옛날 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1968)
대하서사적 스케일의 웨스턴
‘스파게티 웨스턴’의 명장 세르지오 레오네가 미 웨스턴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대하 서사적 웨스턴으로 촬영과 연기와 음악(엔니오 모리코네) 등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
철로공사가 한창인 한 이름 없는 서부 변경의 마을을 무대로 온갖 종류의 사나운 사나이들과 아름다운 미망인과 킬러 그리고 복수를 노리는 정체불명의 건맨이 한 장의 서부사를 꾸민다.
엄청나게 큰 클로스업과 속도감 있는 진행 그리고 멋있는 권총 대결과 탐욕과 욕정 및 복수가 판을 치는 걸작. 명우들인 헨리 폰다와 찰스 브론슨과 제이슨 로바즈 그리고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나오는데 검정 모자와 옷을 입은 폰다가 보기 드물게 악인으로 나온다.
개봉 40주년을 맞아 새로 복구된 필름으로 20일 하오 7시 30분 아카데미 본부 내 극장(8949 윌셔)서 상영된다.
‘시네마 파라디조’(Cinema Paradiso·1988)
‘영화에 대한 찬송’ 같은 영화
이탈리아 감독 주세페 토나토레가 영화예술에 증정하는 향수감 가득한 찬송과도 같은 작품으로 영화를 사랑하며 성장한 모든 사람들의 명심보감이다.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2차 대전 후의 시실리의 한 깡촌에 사는 총명한 소년이 영화를 보면서 그것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그로 인해 영화감독이 되는 얘기가 달콤 씁쓰름하고도 아름답게 그려졌다.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외로운 소년은 동네의 유일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
그는 극장의 나이 먹은 마음 착한 영사기사(필립 놔레)와 친구가 되고 영사실 안에서 온갖 영화를 보며 꿈과 희망을 키운다.
그리고 소년은 커서 도시로 영화를 공부하러 떠나나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첫 사랑을 잃게 된다. 음악도 좋다. 필견의 명작.
21일 하오 7시 30분부터 스릴러 ‘모르는 여인’에 이어 에어로(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323-634-4878)에서 동시 상영.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