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시작된 남편의 자식농사 / 조이 안

2008-06-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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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조이 안 / 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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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싶었다던 남편은 처음부터 내 직업에 큰 호기심을 갖는 듯 했습니다. 그는 그의 사연많은 인생여정을 글로 정리하고픈 욕구를 나타내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내 글의 동업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깊은 내리막길은 첫번째 결혼 실패입니다. 그 후유증으로 가족간에는 물론 교회안에서조차 관계가 깨지는 것을 남편은 경험했습니다. 남편은 아직도 사람 사귀는 것이 무서워서 요핑계 조핑계를 대며 교회 가기를 꺼립니다. 전에 교회 개그맨으로 생활했었다는 그의 말은 도무지 실감나지 않습니다. 믿었던 가족 주치의와 아내의 오랜 부정보다, 두 아들과의 사이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많은 오해들때문에 남편은 적지 않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고 그 상처때문에 아직도 아파합니다. 상처가 치유되는 첫 걸음이 두 아들과의 관계회복에 있다고 믿은 우리. 그래서 삼은 올해 우리집 가정기도제목이 아이들이 아빠를 알게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는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지난 10년동안 아이들은 아빠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믿으며 컸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와의 관계마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남편은 그저 묵묵히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알게되기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18살이 됐고 스스로 아빠를 찾아왔지만 아이들의 가슴 역시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은 감춰어져 왔던 사실에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오랜 혼돈의 시간들을 보내고 아빠에게 마음을 여는 고백을 해왔습니다. 또 다른 상처를 안게된 아이들이 불쌍하지만, 언젠가는 거쳐야 할 시간들이었음을 믿었기에, 남편은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밖게 없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거짓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저는 다시 한번 알게됐습니다. 또한 아픔중에도 ‘무슨 이유가 있으시겠지’ 하며 하나님을 신뢰해 온 남편이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다가오면서 남편의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무엇보다 처음의 그 아름다웠던 부자관계를 만회할 시간을 전 아내의 간섭없이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들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아이들이 학비걱정없이 공부하도록 뒷바라지하려면 일을 많이 해야 한다며 일욕심도 내세웁니다. 그리고 또 자식들 가슴에 남은 상처들과 혼동을 치유해야 한다는 행복한 구상으로 가슴설레는 남편을 보면서, 아이를 아직 낳아보지 못한 제 마음에는 아이 욕심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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