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와 그녀의 애인 미스터 빅.
맨해턴 거리를 활보하는 샬롯(왼쪽부터), 캐리, 미란다 및 새만사.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섹스와 도시’(Sex and the City)
★★★(5개 만점)
가슴에 와닿지 않는 그녀들의 고민… 패션 샤핑은 눈요깃감
HBO의 동명 장수 인기 시리즈의 영화판으로 여성들용. 뉴욕에 사는 네 여자의 섹스와 사랑과 패션이 중심 내용이어서 표면상으로는 굉장히 화려하나 내면적으로는 심히 공허한 영화다. 30대 여인들이 사랑과 섹스, 결혼과 배우자의 부정 그리고 우정과 부부문제 등으로 울고불고 웃고 떠들고 하는 얘기로 그것들이 모든 여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마치 다 큰 여자들의 ‘신데델라 스토리’ 같이 느껴지는데 이는 여기 나온 여자들을 지나친 패션 광들로 만든데다가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을 과다하게 밝고 화사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돈 좀 있는 뉴욕 여자들은 정말 모두 이 영화의 여자들처럼 산단 말인가. 그래서 여자들이 고민하고 아파하고 심각해 하는 것이 하나도 가슴에 와 닿지를 않는다. 인조보석 같은 영화다.
보그지 작가인 주인공 캐리(새라 제시카 파커)의 해설로 진행된다. 캐리는 돈 잘 버는 미남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과 사랑을 하나 미스터 빅이 결혼을 두려워해 두 사람 간 관계가 평탄치 못하다. 그래서 나중에 둘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기는데 그 후유증을 지나치게 질질 끌고 간다.
변호사인 미란다(신시아 닉슨)는 결혼해 어린 아들을 두었는데 아내와 엄마와 직장인으로서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그러나 그녀가 일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미란다와 그의 착한 남편 사이에 부정과 용서라는 명제가 개입되는데 이 것 역시 영화 전체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심각하다.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도 결혼했으나 아직도 소녀 같은 꿈에 젖어 있고 에이전트인 섹스광 새만사(킴 캐트렐)는 캘리포니아 말리부에서 연하의 TV 배우 스미스(제이슨 루이스)와 사나 남자 하나로 만족 못해 안달이다.
전체적 얘기보다 오히려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다. 상심한 캐리를 위로한다고 넷이 함께 멕시코 휴양지에 가서 신나게 먹고 마시는 부분이 꽤 긴데 멕시칸들이 보면 다소 언짢을 장면이 있다. 제일 재미있고 우스운 에피소드는 새만사가 이웃 집 신체 건강한 미남 단테의 알몸 샤워하는 모습과 섹스하는 것을 보고 침을 꿀꺽꿀꺽 삼키는 내용. 그리고 새만사는 스미스에게 알몸 스시까지 서비스를 한다.
TV와 달리 새로 등장하는 인물이 캐리의 여비서 루이즈(제니퍼 허드슨). 시골서 올라온 착실한 생활녀가 도시의 여피를 인간화 하는 노릇을 하는데 루이즈는 임무를 마치고 영화에서 퇴장한다. 그런데 과연 루이즈가 이 영화에 꼭 필요한 역일까.
영화에는 말할 것 없이 여성용 온갖 고급 브랜드 의상과 구두와 액세서리가 나오는데 샤핑이 생리인 여자들의 눈요깃거리가 되겠다. 로맨틱 코미디를 2시간25분짜리로 만든 것은 범죄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옷장이 여자에겐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 R. New Line. 전지역.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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