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S 117: 카이로, 스파이들의 소굴’
(OSS 117: Cairo, Nest of Spies) ★★★★(5개 만점)
제임스 본드 영화의 ‘프랑스 풍자판’
재미·스릴 넘치는 스파이 액션물
첩보원역 주인공 션 코너리 빼닮아
위베르가 본드 스타일로 총을 겨누고 있다. 뒤는 위베르의 비서 라르미나.
배꼽 빠질 정도로 우습고 재미있는 복고풍의 스파이 풍자 영화로 시종일관 깔깔대고 웃게 된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프랑스 풍자판인데 007 시리즈에 멍청이 스파이 맥스웰 스마트를 섞어 놓은 요절복통 스파이 영화다.
‘오스틴 파워즈’와 ‘벌거벗은 총’처럼 남의 영화를 신이 나게 조롱하고 흉내 내면서 즐기는데 코미디 외에 액션과 스릴 그리고 늘씬하고 섹시한 여자들도 많이 나온다. 특히 볼만한 것은 프랑스 첩보원 OSS 117 위베르역의 장 뒤자르댕의 모습과 연기. 허우대가 멀쩡하고 미끈하게 생긴 그는 제1대 본드 션 코너리를 쏙 빼다 닮았는데 헤어스타일에서부터 턱스에 이르기까지 코너리 스타일뿐 아니라 짙은 눈썹 동작과 얼굴 표정과 제스처까지 모두 코너리 흉내를 내고 있다.
1945년 베를린에서 위베르가 나치 장교로 위장하고 독일군의 기밀문서를 빼내는 프리 크레딧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10년 뒤. 위베르는 카이로에서 수에즈 운하에서의 소련과 영국 등의 활동을 감시하다 살해된 동료 스파이의 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곳에 도착한다.
위베르의 사무실은 위장용 닭 공장 안에 있어 닭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위베르에게 따라 붙는 여비서가 똑똑한 팔등신 미녀 라르미나. 영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위베르가 본드와는 달리 무식하기 짝이 없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오만방자한 제국주의의 전형적 남자로 나오는 점. 아침기도 알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소음’을 제거하는 식이다. 그래서 라르미나가 속을 썩는다.
50~60년대 당시의 서방 제국주의의 제3세계에 대한 오만무도한 우월주의를 풍자하기도 한 영화로 특히 유럽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는 프랑스를 자조하고 있다. 말 농담과 육체적 농담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데 육박전을 비롯한 액션도 멋있다. 음악과 세트 등도 모두 좋은 시치미 뚝 떼고 웃기는 풍자 영화로 재미만점이다. OSS 시리즈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까지 여러 편의 미국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15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들러리’(Made of Honor)
참사랑을 코앞에 놓고도 모르다가 그것을 잃어버리기 직전에서야 깨닫고 놓치지 않으려고 허둥지둥 대는 남자의 로맨틱 코미디.
성공한 사업가로 결혼이 두려워 이틀이 멀다하고 여자를 갈아대는 탐(패트릭)과 아름다운 직업여성 하나(미셸 모내핸)는 대학시절에 만난 절친한 친구. 그런데 하나가 스코틀랜드로 오랫동안 출장을 간 사이 탐은 비로소 자기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하나가 돌아오면 사랑을 고백할 다짐을 하는데 하나가 출장서 만난 남자를 데리고 와 탐에게 결혼상대라고 알린다. 그리고 하나는 탐에게 자기 들러리를 서 달라고 부탁한다. 이때부터 탐은 하나의 결혼을 무산시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
PG-13. 전지역.
헨리와 사자니가 호수에 몸을 담고 육적 기쁨을 즐기고 있다.
‘우기 이전’(Before the Rains) ★★★
산수 수려한 인도 남부 밀림 속에서 일어나는 의지와 욕망의 충돌을 멜로드라마 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 남자의 돈과 성공을 위한 결의와 금지된 사랑으로 인한 죄의식과 고통을 이국적 풍경을 배경으로 정석적으로 묘사했다.
1937년 인도 남부의 삼림지대 케랄라. 당시는 인도에서 식민종주국 영국에 대한 저항운동의 열기가 뜨거워져 가고 있을 때다. 영국인 남자 헨리(라이너스 로치)는 삼림 속에 정향나무 대농장을 짓기 위해 은행융자를 얻어낸 뒤 마을 주민을 대거 동원해 우선 도로를 닦는 작업에 들어간다. 헨리의 오른 팔은 헨리에게 충성하는 서양화된 인도인 T.K.
헨리에게는 육감적이요 아름답고 의지 강한 인도 여인 정부 사자니가 있는데 유부녀인 그녀는 헨리 집의 하녀다. 둘은 헨리의 부인과 어린 아들이 영국에 간 사이 불륜의 정을 불사른다. 둘은 어느 날 숲속으로 꿀을 채취하러 갔다가 물가 바위 위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이 장면이 동네 두 소년에 의해 목격된다.
헨리의 부인과 아들이 돌아오면서 헨리는 사자니를 멀리하는데 사자니는 그것을 호락호락 수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자니의 남편이 아내를 의심해 손찌검을 하면서 사자니는 더욱 헨리에게 의지하려 든다. 헨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자니를 먼 곳으로 피신시키는 것. 그러나 보트를 타고 떠났던 사자니가 헨리를 못 잊어 다시 돌아오면서 커다란 비극이 일어난다.
후반에 들어가서 약간 스릴러 분위기를 갖추는 신파극으로 현지에서 찍은 촬영이 아름답다. 그러나 이 영화는 새로울 것이 전연 없는 멜로드라마로 영화가 당연히 갖춰야 할 긴장감이나 정열이 모자란다. 훌륭한 것은 두 인도 배우들의 연기. 사자니역의 난디타 다스와 동족과 친구 같은 외국인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T.K.역의 라울 보스가 깊이 있고 지적인 연기를 한다. 감독은 인도인 산토시 시반.
PG-13. 랜드마크(310-281-8233), 선셋5(323-848-3500),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폴브룩 7(818-340-8710) 등.
‘과거의 약속’(A Previous Engagement) ★★★
놓쳐버린 첫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 그리고 그것의 재회를 맞아 감정의 혼란을 겪는 중년 여인의 로맨스 드라마.
시애틀에서 남편 잭과 장성한 두 딸과 함께 별 탈 없이 잘 사는 사서 줄리아는 무미건조한 보험회사 간부 남편을 꼬드겨 지중해 말타 섬으로 휴가를 온다. 줄리가 이 곳을 택한 까닭은 과거 여기서 만난 프랑스인 첫 사랑 알렉스와 헤어지면서 25년 뒤에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 그런데 진짜로 알렉스가 나타나 줄리아에게 “당신만이 내 참 사랑”이라고 같이 살자고 조르면서 줄리아는 재미는 없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잭과 첫 사랑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를 놓고 심히 고민한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타운센터5(818-981-9811).
‘미스터 론리’(Mister Lonely) ★★★
미국 인디영화의 ‘앙팡 테리블’ 하모니 코린이 오랜 휴면 끝에 돌아와 만든 영혼 가득하고 달콤 쌉싸름하며 터무니없이 독특한 영화. 심적 육체적으로 주변인들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과 이해가 가득한 영화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유명 인사들의 모방자들이다.
파리에 사는 마이클 잭슨은 길에서 만난 마릴린 몬로의 권유에 따라 그녀가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한 마을에 도착한다. 여기는 몬로의 남편 찰리 채플린과 링컨과 영국 여왕과 교황과 스리 스투지스 등이 서로 공존하며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이방인 잭슨의 도착으로 이들의 삶에 진동이 일게 된다. 이들 얘기와 병행으로 미국인 신부 움브리요가 수녀들을 비행기에 태운 뒤 낙하산 없이 뛰어 내리라고 종용한다. 신을 믿으면 살 수 있다는 것.
성인용. 선셋 5(323-848-3500).
‘두번째 사랑’(Never Forever) ★★★
LA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여류 감독 지나 김이 한국배우 하정우(TV 탤런트 김용건의 아들)를 기용해 만든 에로틱하고 가슴을 파고드는 못 이룰 사랑의 멜로물. 하정우와 주연여우 베라 화미가의 육적 정신적 화합이 뜨겁고 순수하다.
미남 한국계 변호사 앤드루의 미국인 부인 소피는 남편 탓에 임신을 못해 가정이 어두운 그림자에 드리워 있다. 그래서 소피는 클리닉에서 정액을 팔려다 실패한 한국인 불체자 지하를 쫓아가 제안한다. 섹스 한번에 300달러를 주고 임신을 하면 3만달러를 주겠다고.
둘은 기계적 섹스를 하면서 만나다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유부녀와 연하의 불체자의 사랑이 갈 곳은 뻔하다. 성인용. 일부지역.
‘여정’ (Summertime)
데이빗 린 감독의 로맨틱하고 아름답고 또 가슴 아프면서도 희열하게 되는 못 이룰 사랑의 드라마로 베니스에서 찍어 촬영이 아름답다. 1955년작.
미 중서부에 사는 고독한 노처녀 교사(캐서린 헵번)가 모은 돈으로 혼자 베니스에 온다. 산마르코 광장 카페에 혼자 앉아서 고독을 씹는 그녀를 뒤에서 시선으로 애무하고 있는 남자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미남 이탈리안 골동품상 주인(로사노 브라지). 둘이 사랑을 하게 되면서 노처녀는 짧은 환희에 도취되나 어느 듯 이별의 때가 된다. 헵번의 연기와 음악이 좋다.
‘이 행복한 사람들’
(This Happy Breed·1944)
역시 린 감독의 영화. 1919년부터 20년간에 걸친 한 행복한 영국 가정의 드라마. 15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323-634-4878) 동시상영.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