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최향미 <미주한국문협 회원>
2008-05-05 (월) 12:00:00
대통령 되기 싫어요
작년 겨울에 한 바탕 홍역을 치르듯 한국이 들끓더니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 이란 호칭도 어느새 익숙하게 들려지고 있다. 미국도 올 십일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에 하루하루 새로운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십구 년 전 일인 것 같다. 당시 교회 학교에서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날의 주제는 ‘왕 되신 예수님’ 이었다.
다섯 살짜리 꼬마 아이들에게 ‘왕’이란 높은 권세를 설명하기 위해 ‘대통령’ 이란 단어를 이용하려고 맘을 먹었다. 내 어릴 적에,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꼭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아이가 한명쯤은 나오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얘들아...이담에 크면 뭐가 되고 싶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대답은 ‘소방서 아저씨, 트럭 운전사, 군인, 선생님, 엄마’ 하더니 끝이 나 버렸다. 조금씩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어서 누군가가 ‘대통령’ 하고 답을 해줘야 오늘 공부를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는데 말이다. 결국 “얘들아 대통령 되고 싶은 사람 없어?”하고 옆구리를 찌르기 시작했다. 그때 영리한 다니엘이 손을 번쩍 올린다. ‘그러면 그렇지.’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이는 “선생님! 난 총 맞아 죽기 싫어요!”하는 게 아닌가. 그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끝을 맺었는지 기억이 없다.
단지 머리가 멍해지고 말을 더듬거리며 진땀을 흘린 기억은 생생하다. 한국의 대통령이 저격당한 사건이 벌어진 지 오래지 않은 때라 아이는 ‘대통령’을 ‘총’ 과 함께 무섭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꼬마 아이 입에서 나온 대답은 삼십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한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을 잘 섬기는 최고의 통치자 ‘대통령’ 이 되는 꿈을 펼쳐 보라며 큰 꿈을 심어주시던 내 어릴 적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리고 어린 친구들의 반짝이던 그 눈빛도 기억난다. 내 조국 한국과 내가 살고 있는 이 미국 땅의 대통령을 그려본다. 요즘 아이들은 대통령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 아이들이 “나도 훌륭한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라며 손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멋진 대통령들이 되기를 늦봄에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