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빛’(City Lights·1931)
찰리 채플린이 감독하고 주연한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흑백명화로 무성영화다.
1927년에 유성영화가 발명됐는데도 불구하고 채플린은 자기 소신껏 이 무성영화를 만들어 거의 혼자 힘으로 배급했다. 빅 히트작.
채플린은 자신의 브랜드인 보울러스 햇을 쓰고 지팡이를 든 거리의 뜨내기로 나와 자기를 백만장자로 오해하는 거리의 아름다운 눈 먼 꽃 파는 처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뜨내기는 스스로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처지에 처녀의 눈을 뜨게 해 줄 방법을 마련하느라 애를 쓴다.
웃음과 눈물을 공유한 아름답고 강렬한 영화로 특히 마지막 장면은 볼 때마다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25일과 26일(하오 7시30분과 9시30분) LA카운티 뮤지엄 빙극장(323-857-6010).
‘4분’(Four Minutes)★★★(5개 만점)
자기 파괴적인 교도소 내 젊은 여죄수와 그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나이 먹은 여선생 간의 관계를 그린 독일 영화. 매우 음침하고 어둡지만 뛰어난 연기와 효과적으로 쓰인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통한의 과거를 지닌 트라우데는 60년간 여죄수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선생. 그녀가 새 제자로 살인죄로 복역중인 불같은 성격을 지닌 예니(한나 헤르추슈프룽이 겁나는 연기를 한다)를 만나면서 둘 간에 치열한 애증의 관계가 성립된다.
트라우데는 천재적 음악성을 지닌 예니를 교도소 밖 경연대회에 출전시키려고 맹훈련을 시킨다. 그러나 예니는 이에 반항하면서 연습을 사보타주한다. 마지막 장면이 강렬하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눈 먼 산’(Blind Mountain) ★★★
현재 중국에는 섹스 노예와 임신을 목적으로 납치돼 시골 남자들에게 팔린 여자가 수십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시골에서 죄수처럼 감시당하고 갇혀 사는 한 도시 여자의 기구한 삶을 몸서리 쳐지도록 사실적으로 다뤘다.
대학을 막 졸업한 22세난 바이 수에메이는 우연히 알게 된 한 여인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끌려 그녀와 그녀의 사장이라는 남자와 함께 약초를 사러 깊은 산중 시골마을에 도착한다. 그러나 바이는 40세난 노총각 황 데구이에게 자기가 팔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때부터 바이는 황의 섹스 노예가 되는데 여러 차례 도망을 치지만 매번 황과 동네 사람들에게 붙잡혀 다시 마을로 끌려간다. 마을의 관리도 경찰도 바이의 고통에 무관심, 이들은 오히려 황의 편을 든다. 그리고 바이는 황의 아들을 낳는다.
성인용. 그랜드 4플렉스(213-617-0268).
고독한 웨이트리스 바트야와 바다에서 나온 말 안하는 눈 큰 소녀.
‘해파리’ (Jellyfish)★★★½
‘교류’를 희구하는 고독한 주인공들
올 칸 영화제서 신인 감독상 받은 수작
마지막 장면 가슴 뭉클 ‘속죄받은 기분’
은유와 상징이 많은 아름답고 위트 있고 또 가슴에 와 닿는 이스라엘 영화로 78분짜리 소품이지만 영화에서 큰 상징으로 작용하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과 깊은 얘기를 지닌 수작이다. 올 칸영화제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 카메라상을 받았다. 에트가 케레트와 쉬라 게펜 공동 감독.
텔아비브에 사는 고독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애정과 상호교류에 대한 간절한 희구를 4명의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여러 부수 인물들을 통해 호소력 있게 들려준다. 대사와 시각 스타일이 모두 위트가 있는 마법적 사실주의 작품.
푸른색이 주조를 이룬 영화에는 바다와 배가 자주 등장하고 얘기되는데 이는 주인공들의 피신처와 보다 나은 곳으로 자신들을 날라다주는 수단을 상징하고 있다. 4명의 주인공들은 영화 속에서 서로 마주치기는 하지만 이들의 얘기가 상호 연관되지는 않는다.
결혼식 케이터링회사 소속 웨이트리스 바트야(새라 애들러)는 천장이 새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말 없고 고독한 여자로 방금 애인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바트야의 부모는 이혼했다. 바트야는 어느 날 해변에 놀러 갔다가 바다에서 나온 슬픈 큰 눈을 한 여아(니콜 라이드만)를 발견한다. 팬티 차림에 허리에 튜브를 낀 여아는 말을 안 하는데 바트야는 이 여아로 인해 자신의 잊혀진 어린 시절을 발견하게 된다.
바트야는 케렌(노아 크놀러)과 마이클(제라 샌들러)의 결혼식 파티의 웨이트리스로 서브한다. 마이클 부부는 카리브해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이었으나 케렌이 결혼식 날 다리골절상을 입으면서 고속도로 부근의 허름한 호텔로 목적지를 바꾼다. 여기서 둘은 바다가 보이는 유일한 방에 든 여인과 알게 된다.
케렌의 결혼식에 자기가 돌보는 사람과 함께 참가한 필리핀 여성 가정부 조이(마-테니타 데 라토레)는 고국에 두고 온 아들이 그리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조이가 돌보게 된 여인이 연극배우인 자기 딸이 못마땅한 터프한 할머니 말카(자하리라 하리파이). 퉁명스런 말카가 아름다운 연민과 동정과 사랑의 마음의 소유자임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희망적으로 끝나 속죄 받은 기분이다. 연기들도 잘 한다.
성인용. 선셋5(323-848-3500), 원콜로라도(626-744-1224), 타운센터(818-981-9811.
‘콘스탄틴의 칼’(Constantin’s Sword) ★★★
기독교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온갖 폭력과 기독교의 어두운 이면을 추적한 기록영화로 제목은 콘스탄틴 황제가 십자가를 칼과 권력의 상징으로 여긴데서 따온 것.
보스턴 글로브의 칼럼니스트이자 전미 도서상 수상자로 가톨릭 신자인 제임스 캐롤이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들춰가면서 기독교 신의 이름 아래 행해진 박해와 폭력의 진실을 캐내는 과정을 담았다.
일종의 수사 기록과도 같은 영화로 캐롤은 군사력과 광적 믿음이 합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는 오늘 날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극단적 믿음이 우리들의 깊은 신앙에 의해 부추겨진 것은 아니냐고 묻는다. 뮤직홀.
‘전쟁의 몸’(Body of War) ★★★
이라크전에 투입된지 1주도 안 돼 부상당해 가슴 아래가 마비가 된 26세난 토마스 영이 자신의 불구와 대면하면서 새 사람이 되는 것과 함께 그의 열정적 반전운동을 다룬 기록영화. 탐 크루즈의 ‘7월4일생’과 존 보이트와 제인 폰다가 나온 ‘귀향’을 연상시킨다.
이 기록영화는 베테런 토크쇼 호스트 필 도나휴가 토마스를 만난 뒤 만들었는데 감독이자 촬영도 한 엘렌 샤피로가 전국을 돌며 반전운동을 하는 토마스를 1년간 따라 다니며 찍었다. 펄 잼의 에디 베더가 영화를 위해 작곡한 2개의 노래가 매우 강렬하다. 토마스와 그의 아내와 부시 지지자인 남편과 달리 아들과 함께 반전운동을 하는 토마스의 어머니의 활동과 함께 2002년 10월 의회 전쟁수행권을 대통령에게 넘겨주기로 투표한 의회토론 장면 등이 나온다. 5월1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샷건 이야기’ (Shotgun Stories)★★★
아칸소의 한 한적한 마을에 사는 한 가족 형제들 간의 복수와 분노에 관한 스릴러. 두 여자 사이에서 7명의 자식을 둔 헤이즈가 죽으면서 이복형제들 간에 쌓였던 적대감이 분출된다.
헤이즈의 자식들은 아버지가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은 무지막지한 3형제와 농장을 경영하며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클리맨 등 4형제.
헤이즈의 장례식에서 3형제 중 한 명이 아버지 관에 침을 뱉으면서 이복형제들 간에 주먹다짐이 일어나고 이어 복수와 함께 비극적 결말을 보게 된다.
이복형제들은 처음에 서로 상대방의 애완용 동물들을 죽이는 것으로 시작해 급기야 인간 살해로 치달으며 가히 희랍 비극적 종말에 이른다. 복수의 무용함을 다뤘다.
성인용. 일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