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을 떠난 LA 싱글 여성 3인방. 왼쪽부터 유혜승, 김민정, 홍지은.
야간비행 후 맨해턴으로
센트럴팍·메트로뮤지엄 섭렵
브로드웨이 뮤지컬 본 후
타임스퀘어서 첫날 마무리
화려한 싱글의 삶도 이제는 조금 지겨워질 무렵. LA의 동갑내기 싱글 친구 세 명(홍지은·유혜승·김민정)이 커피샵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
한 명은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지쳤다며 뭔가 새로운 삶의 활력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또 한 명이 자신도 잠시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한 명은 남가주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해 보고 싶다며 일탈을 꿈꿨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행을 떠나는 거야. 어디로? 싱글 여성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으로. 5th 애비뉴와 소호에서 샤핑을 즐기고, 센트럴팍을 산책하며,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곳. 도시 여성들을 위한 짧은 여행으로는 최적의 도시. 바로 뉴욕, 맨해턴이다!
이처럼 앉은 자리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급조해 떠나게 된 싱글 여성 3명의 뉴욕 여행.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목요일 밤 비행기로 출발해 금요일 새벽에 도착, 세 명 모두 기독교인이라 교회 예배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요일 새벽 다시 LA로 돌아오는 2박3일의 ‘컴팩트’한 일정으로 결정했다.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 하자마자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쇼 티켓을 예약한 뒤 무작정 떠난 여행.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나도 알차고 재미있고 풍성한 시간이었던, LA 싱글들의 생기발랄한 뉴욕 여행. 그 짜릿한 시간들을 소개한다.
피카소와 반 고흐, 밀레, 모네 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타임스퀘어 전광판 도심속 캠프파이어
소호·5th 애비뉴 샤핑과 예술의 만남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대가들 작품 앞 발길 멈추고
금강산도 식후경… 지중해식 샌드위치·수프 일품
첫째 날
센트럴 팍,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
목요일 밤 10시30분 밤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한 시간은 동부시간으로 아침 7시께. 택시를 타고 맨해턴 시내 이스트 허스튼 스트릿과 2가(2nd Ave.) 인근에 자리 잡은 ‘호텔 이스트 허스튼’(Hotel East Houston)에 도착했다.
호텔이 제공한 브런치로 배를 채운 뒤 일단 2가의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뉴욕의 지하철은 한국에 비해 지저분하기 짝이 없고 쾌적하지 못했다. 그러나 맨해턴 구석구석을 쉽게 다닐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하루 종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는 원-데이 티켓을 구입한 뒤 센트럴 팍에 도착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에 나왔을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센트럴팍을 횡단,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이렀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내 카페는 괜히 비싸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맛도 가격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급한 대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내 카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수프 등 지중해 음식이 대부분이었는데 괜히 비싸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맛도 가격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본격적인 미술관 관람에 들어간 우리. 제대로 관람하려면 하루 종일 잡아도 부족한 이 거대한 미술관을 단 몇 시간 만에 둘러봐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됐지만 일단 유럽, 르네상스와 근대 이후, 미술작품으로 범위를 좁힌 뒤 집중적으로 관람하기로 했다. 피카소와 반 고흐, 밀레, 모네 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랑스 혁명 직전 귀족들의 화려한 삶을 엿볼 수 있는 프랑스 호텔과 살롱 등의 인테리어 전시가 있었는데 그 정교함과 화려함은 넋을 잃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8시에 시작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부랴부랴 브로드웨이로 이동한 뒤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뉴욕행이 처음이 아니라 세 명 모두 아직 관람하지 못한 뮤지컬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우리가 선택한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 귀에 익은 아름다운 선율과 화려한 춤,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이 잘 짜인 뮤지컬에 흠뻑 심취한 뒤 나오니 금요일 밤이라 각종 디어터들이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뮤지컬화 한 ‘리걸리 블런드’(Legally Blonde) 등 새로운 뮤지컬들도 눈에 띄었다.
뉴욕 맨해턴은 도시 여성들을 위한 짧은 여행 장소로는 최적의 도시다.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타임스퀘어. 밤늦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쏟아지던 전광판의 불빛들 가운데 마음을 뺏기고 있노라니 묘하게도 대자연 속 캠핑장의 캠프파이어 불빛을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눈에 띄었던 것은 LG와 삼성의 전광판이 가장 좋은 자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던 사실.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흐뭇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록펠러센터·St. 패트릭 성당·카네기홀 위풍당당
세계 최장 현수교 브루클린 브리지선 데이트 꿈도
남대문 명동 옮겨 놓은듯
100달러 이하 ‘노택스’매력
차이나타운 먹거리 군침…
둘째 날
소호, 차이나타운, 브루클린 브리지, 리틀 이탈리아, 맨해턴 미드타운
이튿날은 호텔에서부터 도보로 샤핑의 명소 소호(Soho)에 도착했다. 다양한 종류의 아기자기한 샵이 즐비한 이곳은 오래 전 찾았던 한국의 이대 앞, 혹은 명동 길거리의 보세 옷가게를 연상시킨다. ‘H&M’‘자라’‘제이 크루’ 등 남가주에서도 찾을 수 있는 샵들도 가득한데, 같은 브랜드 여도 동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아이템들이 눈에 띄어 샤핑하는 재미가 더욱 쏠쏠했다. 뉴욕에서는 액세서리와 신발을 제외한 옷과 스카프 종류를 구입할 때 100달러 이하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못 말리는 우리들. 눈을 번뜩이며 100달러 이하의 아이템을 찾느라 혈안이 되기도 했다.
뉴욕 최대 규모의 세인트 패트릭 성당.
샤핑을 끝낸 뒤 차이나타운으로 발길을 옮겼다. 길거리를 빼곡하게 채운 각종 샵들은 북적북적한 모양이 한국의 남대문 시장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딤섬 고고’(Dim sum Go Go)라는 식당은 모던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전통 딤섬을 먹을 수 있는 곳.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소로 각종 딤섬과 고기요리, 프라이드 라이스는 물론 디저트로 나온 망고 푸딩의 맛이 아직까지 입 안에 맴돌 정도로 훌륭했다.
차이나타운 옆으로는 리틀 이탈리아가 위치한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매연이나 자동차 소음이 전혀 상관없다는 듯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기는 뉴요커들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뉴욕의 명소 브루클린 브리지가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말 그대로 브루클린과 맨해턴을 이어주는 이 다리는 완공 당시 세계 최장의 현수교였다. 건설과정에서 27명이 사망하고, 다치기도 하며 많은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는데 뉴욕시의 명물이 되어 뉴욕이 배경이 되는 영화에는 거의 단골로 등장하는 다리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아래층에는 차가, 위층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특이한 구조로 화창한 날 여유 있게 산책하고 싶은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인 것 같다.
그 다음에 찾은 맨해턴 미드타운. 소호가 서울의 강북을 연상시킨다면 샤핑의 명소 5th 애비뉴는 영락없는 한국의 강남 거리다.
비즈니스와 예술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록펠러 센터와 위풍당당함을 자랑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빌딩의 외장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상당히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트럼프 타워, 뉴욕 최대 규모 성당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 뉴욕 최고의 음악당인 카네기 홀 등이 즐비한 곳.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건물들과 세계적인 기업, 샵이 즐비한 이곳은 단지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캐리 브래드 쇼가 된 듯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뿜어 나오는 거리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고층 건물이 가득한 뉴욕의 거리.
마지막 밤을 ‘불사를’(?) 화려한 저녁식사를 즐기기로 마음먹은 우리들은 미드타운의 ‘힙’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타오’(Tao)를 찾았다. 그러나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장소인 이곳은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나이트클럽인지 식당인지 헷갈릴 정도로 지나치게 시끄러웠으며, 음식도 독특하긴 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식사 후 타임스퀘어를 다시 찾았다. 토요일 저녁이라 전날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크리스마스나 12월31일 명동 거리를 찾았을 때와 같이 사람에 치여 다니다 밤 12시가 다 돼서야 겨우겨우 택시를 잡아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향하는 길도 그야말로 혼잡 그 자체였다. 새벽이 다 된 시간에 웬 교통체증이 이리도 많은지. 운전을 하는 사람이나 길을 걷는 사람들이나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던 도시. 완벽한 무질서 속에, 그러나 신기하게도 묘한 질서 속에 굴러가던 도시. 뉴욕의 밤은 그렇게도 시끄럽게, 정신없이, 미친 듯이, 그러나 그 어느 도시보다도 생동감 있게 지나가고 있었다.
토요일 밤 거리는 ‘완벽한 무질서’자체
자유의 여신상·이스트 빌리지 등
빡빡한 일정상 빠져 아쉬움이…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센트럴 팍에는 때 마침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했다.
마지막 날
오전 8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뉴왁 공항에 6시30분에 도착했다. LA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뉴욕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쉬웠던 점은 너무 짧았던 일정으로 인해 ‘자유의 여신상’과 ‘이스트 빌리지’‘우드버리 아웃릿’ 등 몇 개 명소를 찾지 못했던 사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비교적 많은 곳을 다녔고, 음식이나 여행 일정이 모두 만족스러웠다는 것이 최종 평가였다.
이번 여행은 정신적으로는 분명 기분전환이 됐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3일 동안 날밤(?)을 새가며 강행군으로 진행된 일정으로 인해 세 명 모두 엄청난 체력적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입을 모으는 지치지 않는 열정의 소유자들. 기왕이면 조만간 좋은 배우자 만나서 남편과 함께 부부동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친구들과 함께. 유럽이 될지, 하와이가 될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음 행보를 또 다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호텔 이스트 허스튼은 창문 밖으로 사람들과 택시가 줄을 이어 앉은 자리에서 뉴욕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장소였다.
호텔 이스트 허스튼
“뉴욕의 명소와 도보거리”
이번 뉴욕 여행을 통해 발견한 한인 투자그룹이 운영하는 ‘호텔 이스트 허스튼’은 정말 값진 발견이었다.
총 6층에 객석 43개의 아담한 호텔로 샤핑의 명소 소호가 3블럭,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이 3블럭, 차이나타운이 5블럭, 리틀 이태리가 4블럭,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가 12블럭 이내에 위치, 뉴욕의 명소들을 걸어갈 수 있다. 또한 지하철 몇 정거장만 지나면 센트럴 팍과 5th 애비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위치한다. 노른자 중의 노른자 땅에 위치한 이 호텔은 고급스러움과 아늑함이 묘하게 어우러진 트렌디 함이 가득한 곳으로 지난해 가을 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와~”라는 감탄사가 입에서 절로 나올 정도로 예쁘게 꾸며진 객실. 고급스러운 벽돌로 꾸며진 벽면에는 플랫 플라즈마 TV가 설치되 있으며, 샴푸와 로션 등도 명품 ‘불가리’ 제품이 진열돼 있다.
고급스러움과 아늑함이 묘하게 어우러진 트렌디 함이 가득한 호텔 이스트 허스튼.
또한 오전 7시30분~10시30분 제공되는 브런치는 뉴욕에서도 명성이 높은 ‘발타자’(Balthazar) 베이커리의 신선한 빵이 선보이는 등 세심한 부분에서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호텔 인근에 각종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즐비한 것도 또 다른 즐거움. 창문 밖으로 사람들과 택시가 줄을 이어 앉은자리에서 뉴욕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장소였다.
www.hoteleasthouston.com
(212)777-0012
홍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