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동산과 폭포들도 만났다.
하나의 작은 도시를 방불케 같은 아콩카구아의 베이스캠프.
두께 200m 사우스 페이스 빙하 위압적
1-11-08
오늘 스케줄은 약 2,700미터에 달하는 ‘사우스 페이스’(South Face) 빙하를 보기 위해 ‘플라자 프란시아’(Plaza Francia) 가기 전에 있는 ‘미라도르’(Mirador)라고 불리는 전망대(view point-4,010m)를 간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 담당 주방장인 버로니카가 만들어주는 샌드위치와 물만 챙겨서 고소적응 훈련과 안데스 산맥의 관광이라 할 수 있는 하이킹을 시작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에 돌의 모양과 색의 차이로 이루어지는 경치들이 어느 한 곳 같은 장면이 연출되지가 않는다. 막연히 붉다고 밖에 표현 못하는 산의 붉은 색도 짙은 색으로부터 옅은 색의 다양함, 바위의 사이즈도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우람 사이즈부터 그 사이즈가 변해서 형성된 잔돌까지, 그 생김새는 여러 지층의 변화로 찌그러진 모양새까지 이렇게 다양할 수가 없다. 참고로 가이드가 가르쳐 준 설명에 이런 잔 돌의 형성과정은 9개월 정도의 추운 날씨와 여름의 뜨거운 태양열로 인한 온도 차이로 그 커다란 바위가 파열이 됨으로써 이렇게 잔 돌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고소적응을 하기 위한 과정으로 가이드의 걸음은 우리에게 맞추어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가는데도 하 약사님과 나는 꽁무니를 지키고 있다. 나는 정말 이런 자연과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구경도 하며, 몸 적응도 시키며 도착한 곳은 사우스 페이스의 모습을 제일 멋지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빙하의 모습을 한 사우스 페이스의 전경이 정면으로 나타나면서 우리를 위압하는 느낌이다.
빙하의 두께가 한 200m는 될 거라는 설명이다. 괜히 느낌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눈이 연상되면서 무너져 내리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발동을 한다. 저런 빙하로 가는 길 말고 땅으로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생각하고 다음 진도로 넘어갔다.
다음으로 안내된 곳은 빙하를 만져볼 수도 있고 밟아볼 수도 있는 정말 특이한 장소였다. 멀리서 보기에는 삐죽 삐죽한 형태에 한 면은 대패로 민 듯이 반듯한 모습이, 같은 형태가 여럿 반복되는 형상들이 모여 있는 광경에 저게 얼음인가 흙인가 분간이 안 가는 그런 지저분한 형상이다. 가까이 가보니 정말 눈과 흙이 서로 뒤섞여서 얼어버린 얼음 흙산이라고 명명해야 할 것 같은 형태이다.
신기하게도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게 위에서부터 녹는 것이 아니라 바닥부터 녹아 들어가서 바닥에는 물웅덩이를 형성하면서 동굴처럼 굴을 만들어가면서 얼음이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지질학자가 아닌 나는 그저 저런 형태의 얼음동굴도 있구나 하고 신기함만 머릿속에 집어넣고 흙 빙하지대를 벗어났다.
‘사우스 페이스’의 장관을 배경으로 찍은 단체사진.
1-12-08
오늘 하루는 느긋한 하루를 보내라는 가이드의 명령이다. 이런 고소에서는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몸이 알아서 적응을 하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정상으로 갈수록 수월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이드가 가까운 곳에 트래킹을 가고 싶은 사람은 가자고 제안을 한다. 작은 폭포도 볼 수 있고, 빙하가 녹은 지하수가 나오는데 물맛이 그만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쾌히 따라 나섰다.
간단한 곳이라 말을 해도 역시나 어디를 가도 급경사의 작은 구릉을 지나야 하고, 험한 자갈밭을 지나고, 나무다리가 있는 코코아색의 무서운 흙탕물을 지나니 정말 맑은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는, 이 산과 이곳의 경치는 왠지 맞지가 않은 것 같은 그런 아기자기한 동산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그 폭포 물줄기를 쫓아가니 제일 꼭대기에 땅속으로부터 이 물줄기의 시작이 있었다. 정말 깨끗한 물이라고 마시라고 하는데 다들 나한테 눈총이 날아온다.
원정팀의 일원으로 나의 잘못으로 팀에 누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또 페루 원정 때 물을 잘못 마셔 배탈이 나는 바람에 여러 대원들의 걱정을 끼쳤던 죄가 있기 때문에, 정말 마시고 싶은 맘 굴뚝같았지만 꾹꾹 참아야만 했다.
1-13-08
오늘 드디어 베이스캠프인 ‘플라자 데 물라스’(Plaza de Mulas-4,300m, 1만4,110ft)로 출발하는 날, 장거리의 산행이라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갈 준비들을 하는데 드디어 오늘부터 메디칼 검사를 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씩 손가락에 산소측정기를 꼽은 다음 옥시미터(oximeter)와 맥박수를 측정하는데 누가 얼마 나왔는지 관심이 다 쏟아지고 있다. 이 숫자가 높아야 좋은 건지 낮아야 좋은 것인지부터 얼마가 정상인데, 등등 이런 일들을 처음 해보니 너무 신기한 맘들이다. 이 숫자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산소가 많은 우리가 사는 평지에서의 산소 흡수량을 100으로 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 산소가 희박한 곳에 오게 되면 신체에 산소의 흡수량이 사람마다 적어지게 되는데 그 수치를 측정해서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길에는 배낭을 물과 점심과 간단한 간식만 집어넣는 양으로 무게를 정말 최소한 줄였다. 전에 만난 고미영씨 팀에서 들은 소식통에 의하면 오늘 산행이 상당히 힘드니 산행 중에도 에너지 바나 초컬릿 등을 수시로 먹어서 에너지 보충을 충분히 하라고 했다, 왜냐면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바로 의사에게 검사를 하게 되는데 거기서 걸리면 시도도 못해 보고 하산 명령이 내려진다고 한다.
아침 일찍 시작한 산행으로 해의 움직임으로 인한 산 그림자가 빚어내는 경치가 그만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 무거운 카메라까지 들고 오신 약사님이 이런 멋진 사진을 찍지 못하시는 걸 무척 아까워하신다. 그러면서 사진 찍으려면 사진 모임이랑 같이 와야지 여유 있게 삼발이도 놓고 시간을 가질 터인데 산악회는 팀들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니 적당하지가 않다고 말씀하신다.
마지막 휴식지점에서 가이드가 저 멀리 보이는 깃발 지점이 베이스캠프라 가르쳐 준다. 저 멀리 산봉우리에 만년설 쌓인 것만 보이는데 그 만년설 보이는 지점 바로 밑이 캠프라 한다.
드디어 도착이다. 시계를 보니 5시. 와! 정말 풀타임 산행이었구나 싶다.
아니 이런 산 중턱에 어찌 이런 평지가 조성이 되어 있었을까. 배경으로는 만년설이 펼쳐져 있고 한 쪽은 아콩카구아의 장엄한 산 경치가 버티고 있고, 크고 작은 산들로 둘러싸인 정말 명당자리가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면서 편안한 장소에 베이스캠프를 잡은 것 같다.
이곳은 인구밀도가 높다. 가이드 회사들의 식당 텐트도 엄청난 숫자이고 식당도 있는데 갖은 메뉴에 술과 담배까지 판다. 그림을 파는, 아마도 여기 상주하는 화가도 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팔기도 하는 것 같다. 인터넷이 설치된 텐트도 있고, 샤워하는 텐트도 보인다. 샤워 한 번하는데 10달러나 한다. 20분 사용하는데- 모두 설치된 것이 텐트라 그렇지 정말 도시 하나가 세워져 있는 것과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