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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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한인산악회 전미선씨 아르헨티나 아콩카구아 등정기 <1>

2008-04-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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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한인산악회 전미선씨 아르헨티나 아콩카구아 등정기  <1>

미대륙 최고봉 아르헨티나 아콩카구아 등정에 성공한 재미한인산악회 회원들.

재미한인산악회 전미선씨 아르헨티나 아콩카구아 등정기  <1>

석양 무렵 베이스캠프에서 바라 본 아콩카구아.

해발 7,000m…눈과 얼음없는‘북서 루트’로

아콩카구아(Mt. Aconcagua)는 탱고와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에 있는 해발 6,962미터(2만2.840ft)의 고봉으로 남반구 그리고 미대륙의 최고봉이자 히말라야의 산군을 제외한 지역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많은 높은 산들이 그러하듯 이 거산 또한 이 산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이 산이 적도에 가까운 위치에 인접한 태평양의 영향을 받은 강한 햇빛과 바람으로 인하여 여름의 북서쪽 정상 루트(normal route)는 눈과 얼음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수 동계등반 기술과 장비 없이도 강한 체력과 고소 적응 능력이 있다면 등정을 시도할 수 있다.

재미한인산악회는 이 미주 대륙의 최고봉에 도전할 계획을 지난 2006년 당시 신임 김중석 회장의 당선과 함께 세우고 매주 꾸준히 체력과 고소 적응 훈련을 계속하며 9명의 원정 대원을 선발하고, 현지의 가이드 회사를 선별, 계약을 마친 후, 조동철 원정 대장을 위시한 원정대가 2008년 1월7일 LA 공항을 통해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되었다. 이 글은 원정대원 중 등정에 성공한 4명 중의 한명인 전미선 대원의 등정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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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이드들, 일리아나와 마토코.

01-07-08

간단한 캠핑과는 달리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준비가 미흡해서 설마 얼어 죽지는 않겠지? 짐이 너무 무겁지 않을까? 다부지게 맘먹고 무거운 짐을 차에 겨우 겨우 싣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공항에 도착하니 먼저 오신 분들이 보이자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생하러 가는 게 뭐가 그리 좋은지 그저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잘하고 오라는 여러분들의 격려에 기운 쑥쑥 난다. 우리 9명 모두는 당연히 정상에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힘들다지만 눈도 없는 산, 가다보면 정상 나오겠지’ 하는 약간은 무시하는 그런 맘으로 씩씩하게 비행기를 오른다.

옆에 같이 앉은 최 선생님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가져간 책도 열심히 보고, 최신 비행기의 설비로 영화도 열심히 시청하고… 그래도 도착할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서야, 아메리카 대륙이 큰 줄은 알았지만 한국 가는 것 만큼이나 시간이 걸리다니.

중간에 칠레의 산티에고(Santiago) 공항에 기착했다가 안데스 산맥을 건너 겨우 도착한 멘도사(Mendosa). 아르헨티나의 4대 도시 중에 하나라는데… 이렇게 썰렁한 공항이라니! 짐을 찾으면서 우리 가방 같은 여러 다른 산악인들의 짐을 보며 역시 산을 가는 도시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어마무시한 가방에 이런 산악 여행의 뿌듯함으로 괜히 거만함이 가득한, 왠지 어깨에 힘을 주고 싶은 맘이 자꾸 자꾸 들어간다.

짐 찾고 수속 마치고 나간 우리 앞에 이름 팻말을 들고 기다리는 가이드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세상에!’ 깡마른 체구에 도시의 비리비리한 마른 체형이 아닌, 햇볕에 잘 구워진 갈색 피부의 다부진 그런 체형이다.


머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빗질이란 걸 한번도 해본적이 없을 것 같은 수세미 뒤집어 쓴 스타일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아주 캐주얼한 복장의 그런 가이드의 모습에 순간 우리가 산 입구까지 갈수나 있는 건가? 하는 의심까지 생기는 순간이었다.

옆에 서있는 일리아나(Iliana)라는 착한 인상의 여자 가이드가 아니었다면 혹시나 새우잡이 배로 끌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첫 인상의 만남이었다. 마중 나온 커다란 밴에 우리의 많은 짐이 그래도 다 들어간다.

호텔이 있는 중심지로 들어오니 4대 도시라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남미는 마추피추에 갔을 때 가 본 페루가 첫 번째고 이번 멘도사는 두번째 경험하는 남미의 도시이다. 도시라 그런지 원주민의 인상이라 단정지었던 작은 체구와 까무잡잡한 그런 모습들이 아닌 거의 백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었다.

표정들에서는 선하다는 기분이 풍겨 와 가방을 조심하라는 경고들을 하셨지만 전혀 그런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렇게 칭찬하다가 잃어버리게 되면 욕을 배로 할 게 뻔하니 조심을 더 해야 할 게 내 의무인 것도 같다.

비행기에서의 시달림을 보상하듯이 열심히 정말 달콤한 잠으로 늘어지게 자는데 저녁 먹으러 가자는 전화가 울린다. 창문이 훤한데 무슨 저녁이냐고 투덜거리면서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가까운 시간이 아닌가!
이곳 아르헨티나는 스테이크가 유명한 곳이라니 저녁은 맛난 집을 찾아 몸보신을 해야 한다는 의견 일치이다. 식당에 도착하니 주차장 입구서부터 관리하는 사람이 예약을 했느냐 등등 엄청 까다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예약한 자리로 안내된 우리는 복장이 식당의 분위기에 미달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 아주 정장은 아니어도 그래도 준 정장 정도는 입고 왔어야 어울릴 것 같은데 내 차림은 발가락 나오는 샌들에 바지는 7부만 내려오는 등산 바지에 시원한 셔츠를 입은 정말 간편한 복장이었으니 말이다.
이 식당의 명물 이라는 갈비를 주문했다. 음식 하나가 2사람이 같이 먹게 되어있는 사이즈인데 그릇서부터 갈비 사이즈까지 살이 붙어 있는 소의 갈비 한 조각이 그대로 나온다.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진짜 거대한 크기의 갈비이다.

소의 갈비 모양이 이렇게 생겼구나 해부학 공부까지 해가면서 열심히, 정말 열심히 먹었다.
그런데도 정말 맛있다는 뼈에 붙어 있는 살은 남기고 왔어야 했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외국에 나온다는 커다란 즐거움 중에 하나가 이런 이국적인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이곳 멘도사의 밤공기도 느껴보면서 오늘 하루의 마무리를 무사히 치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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