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포트’ (Beaufort) ★★★½(5개 만점)
레바논 마지막 초소 ‘보포트의 자존심’
철수 앞둔 이스라엘 주둔군
포연속 다양한 일상사 담아
이스라엘의 점령지 남부 레바논 산꼭대기에 있는 유명무실한 고성 보포트를 지키는 군인들의 일상을 그린 힘 있고 사실적인 드라마다.
이 요새는 12세기에 십자군에 의해 세워졌는데 20세기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성 옆에 최신식 감시초소를 건설 이스라엘의 눈엣가시 노릇을 했었다. 그것을 이스라엘이 1982년에 탈취 20년 가까이 지켜오다 지난 2000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수하면서 보포트도 넘겨줬다.
영화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보포트에서 철수하기 몇 주 전의 얘기로 아무 쓸모없는 요새를 지켜야 하는 전략적 허점을 비판도 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다.
초소 주둔 군인들의 시각에서 얘기되는데 기록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있다. 특히 인근 언덕에서 쏴대는 헤즈볼라의 박격 포탄이 끊임없이 정기적으로 보포트에 떨어지는 가운데(음향효과가 좋다) 그 것을 마치 일과처럼 여기고 자기들의 일상사를 해나가는 군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초소장은 젊은 리라즈. 그는 규칙 고수론자이기는 하지만 부대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규칙 고집 때문에 보포트 철수를 얼마 앞두고 지뢰제거를 하던 지브가 폭사한다. 이스라엘군의 철수가 임박해지면서 헤즈볼라의 포격도 심해진다. 그것은 그들이 이스라엘군을 몰아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보포트는 이처럼 두 적 간의 쓸데없는 자존심의 상징 노릇을 하는데 그 때문에 인명 피해만 난다. 리라즈가 민간인 생활 때의 친구인 오시리에게 성내를 구경시켜 주며 예정일보다 먼저 철수하라고 허락하는 장면과 함께 초소 주둔을 비판하는 의무병 코리스 등 다른 군인들의 모습이 소개된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여러 젊은 군인들이 포격에 사망한다.
실제로 첫 번째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조셉 시다 감독은 냉철하고 침착한 연출솜씨로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영화로 작년 베를린 영화제서 감독상을 탔다.
성인용. 일부 지역.
이스라엘군들이 지뢰제거에 앞서 경계하고 있다.
‘스노 엔젤스’(Snow Angels) ★★★
두 발의 총성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한 작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과 고통 그리고 인연과 운명 등을 그린 드라마다. 각기 연령층이 다른 두 쌍의 남녀들이 서로를 둘러싸고 궤적을 그리면서 관계와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
고교 밴드부 트롬본 주자로 외톨이인 아서는 이혼 직전의 부모의 악화된 관계를 피해 자기를 좋아하는 동급생으로 역시 외톨이인 라일라에게서 행복을 찾는다. 다른 한 쌍은 혼자 어린 딸을 키우며 중국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새 생활을 시작하려는 애니. 그러나 그녀의 계획은 자기를 아직도 사랑하나 좌절감에 빠져 폭력적이 된 전 남편 글렌이 나타나면서 좌절된다.
어느 추운 겨울 날 뜻밖의 사건이 나면서 이들의 삶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R.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물러서지 마라’(Never Back Down)★★½
요즘 TV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종합격투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젊은층의 돈을 노리고 만든 소위 종합무술 액션영화다. 장삿속이 너무 빤해 역겹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죄의식에 시달리는 싸움 기술이 뛰어난 고교생 제이크는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올랜드로 이사한다.
새로 전학한 학교에서 바하라는 이름의 섹시하고 발랄한 여학생이 제이크를 파티에 초청한다. 이 파티에서 제이크는 종합무술의 챔피언인 라이언의 도전을 받아 싸우나 패한다.
모욕을 당한 제이크에게 동료생이 다가와 종합무술의 사부 장이 운영하는 도장을 소개해 준다.
제이크는 엄격한 규칙을 요구하는 장의 지도하에 무술을 익힌다. 그리고 라이언과 일전을 한다. 도대체 고등학생들이 공부는 언제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PG-13. 전지역.
‘몽유’(Sleepwalking) ★★½
간신히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30세의 남자와 갑자기 그가 떠맡게 된 11세난 질녀의 관계를 통해 묘사한 찢어진 가정의 후유증과 끈질긴 가족관계. 매우 어둡고 스산한 작품으로 얘기가 단선적이다.
애인이 대마초 재배로 체포되면서 살던 집에서 쫓겨난 졸린(샬리즈 테론)은 11세난 딸 태라와 함께 도로공사 노무자인 남동생 제임스의 집에 짐을 푼다.
제임스는 착하고 단순한 남자. 졸린은 곧 트럭운전사와 함께 가출하면서 딸을 제임스에게 맡긴다. 갑자기 아버지 노릇을 하게 된 제임스는 조숙한 질녀를 돌보느라 쩔쩔맨다.
제임스가 직장에서 해고되고 태라가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되자 제임스는 태라를 빼낸 뒤 폭력적인 아버지(데니스 하퍼)가 사는 시골로 향한다.
R. 아크라이트, 센추리15(310-289-4AMC),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등.
‘예기치 않은 일’(The Unforseen) ★★★
자기 집 장만과 환경보호의 상충된 이해관계를 파헤친 영상미와 연출 솜씨가 매우 아름답고 세련된 기록영화. 감독은 영화배우 로라 던.
1980년대 부동산 개발업자 게리 브래들리가 텍사스 오스틴의 수마일에 이르는 녹지를 대규모 주택단지로 만들기 위해 이곳에 진을 치면서 그와 녹지를 보존하려는 주민들 간에 대결이 시작된다. 개발로 주민들이 거의 성역으로 여기는 수원지이자 자연적 수영장이 파괴될 운명에 처하자 대규모 환경보호 주민반란을 일으킨다.
이 주민투쟁을 통해 던은 성장과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급속히 사라져 가는 미국의 자연풍경에 관해 명상하듯이 조명하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들인 로버트 레드포드와 윌리 넬슨 및 전 텍사스 주지사 앤 리처드와 브래들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꿈을 고찰했다.
성인용. 20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