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로맨틱 커플’ 마지막 사랑의 도피
프랑스 영화에 혁신을 일으킨 뉴웨이브의 기수 중 한 사람인 장-뤽 고다르의 1965년 작으로 경기 들린 듯 에너지 가득하고 장난기 짙으면서도 폭력적인 로드 무비다.
고다르가 “완전히 무의식적인 영화”라고 말했듯이 몽환적인 영화로 고다르는 영화 속 두 주인공 페르디낭과 마리안을 ‘마지막 로맨틱한 한 쌍’이라고 불렀다. 로드 무비요 총질이 있고 또 로맨스까지 곁들여 경량급 ‘바니와 클라이드’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현란하고 감전 당한 것 같으며 우습고도 사회비판적인 영화인데 명 촬영감독 라울 쿠타르가 찍은 컬러 촬영이 아름답다. 위트와 섹스와 폭력이 있는 영화로 프랑스의 소비성 부르좌를 희롱하면서 또 정치적 의미도 지닌 별나고도 야단스런 작품이다. 만화적인 생동감으로 가득 차 있어 재미 만점.
그러나 보통 영화와는 다른 서술방식과 연출 스타일을 지녀 모든 대중의 영화는 아니다. 자유롭고 쿨하면서 아울러 멜랑콜리하기도 한데 고다르의 반미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고다르의 수필적 영화로 다소 혼란스럽지만 경쾌하고 변덕스런 퍼즐 같은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보기 좋은 것은 사랑의 줄행랑을 놓는 페르디낭역의 장-폴 벨몽도와 고다르의 아내였던 안나 카리나의 화끈하면서도 희롱하는 듯한 콤비. 코주부에 두꺼운 입술을 한 벨몽도와 소녀 같은 순진성과 장난 끼를 지닌 카리나가 신이 나게 서로를 즐긴다.
파리에서 돈 많은 아내와 살던 페르디낭은 부르좌 생활이 지겨워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딸의 베이비시터로 옛날 애인인 마리안과 함께 프랑스 남쪽으로 사랑의 도주를 시작한다. 이들은 미국인 관광객의 자동차를 훔쳐 타고 달리면서 무기 밀매상과 맞서고 주유소 종업원을 때려누이고 미 해군들 앞에서 베트남전을 묘사한 스케치 극을 공연, 푼돈을 번다. 그러나 마리안은 페르디낭과의 도주생활에도 싫증을 느껴 혼자 떠나 버린다. 둘은 재회하나 페르디낭은 배신녀 마리안을 사살하고 자기는 여러 개의 다이나마이트를 얼굴에 감고 자폭한다. 벨몽도의 마지막 얼굴 표정이 가관이다.
Criterion이 DVD(40달러)로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