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숭례문

2008-02-2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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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 희 베데스다, MD

600년 역사의 숭례문이 전소되어 무너져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온 국민과 해외동포까지도 허탈함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많은 국민들은 숭례문이 소실된 후 망연자실할뿐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깊은 실의에 빠져 있는데 지금도 현장에는 낯 뜨거운 광경들이 연출 된다. 이건 아닌데 하는 개탄의 목소리와 함께 지도자들의 원망과 흉흉한 말, 말들이 많은 국민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현 정권을 미덥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권의 말로를 상징하는 것으로 말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차기 정권에 대한 불길한 징조로 보려고 한다. 전자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보 1호가 소실되었는데도 현장 방문이나 한 마디의 언급도 없는데서 일게고, 후자는 철저한 안전 관리 대책도 없이 전격 개방을 함으로써 밤마다 많은 수의 노숙자들이 그곳에서 잠을 잘 정도로 방치 되어 화를 불렀다며 개탄 한다. 와중에 숭례문 주변에서는 소란스런 장례 행렬이나 권모술수 같은 통곡, 어지럽게 펼쳐지는 행위는 가슴을 여미는 슬픔을 조용히 곱씹는 많은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줄 뿐이다.
어린 자녀 손잡고 찾아와 조용히 잔재를 응시하며 안타까움과 심히 고민 하는 모습이 뜨거운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아픈 상처와 잿더미 위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길이 보전해왔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지 않은가. 역사는 영원치는 않는 것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개보수를 하면서 길이 보전하겠다는 국민들의 마음만 초지일관 변치 않는다면 찬란한 우리 문화는 길이길이 보전될 것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 중에 일본 관광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어린 자녀 손잡고 찾아온 우리 민족 국민들의 표정과는 대조적이다. 몇 년 후 다시 찾아 오거라 혼자 중얼거려진다. 화재가 난 며칠 후부터 흉물스런 잔재를 철저히 가리더니 20일부터는 사람들이 보기 쉬운 방향을 투명한 플라스틱 유리로 개방을 해 관련 부처의 체계적인 사후 처리보다는 우왕좌왕하는 진행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 별난 이유로 국보 1호에 불을 지른 패역무도한 노인의 한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불을 지른 노인은 개발 과정에서 애지중지하는 자기의 땅 재산의 피해를 입고 혼자서는 죽지 못한다고 외치고 다녔으며 관계기관에 수차례 호소도 했지만 사무적인 대답만 돌아올 뿐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의 억울한 마음을 호소할 길이라곤 없어 힘 과 빽도 없다는 한 맺힌 마음이 숭례문을 전소시켜버리는 죄와 우를 범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느끼게 한다.
대의를 위해선 소의가 죽음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격한 격언도 있지만 열 사람의 친구는 잃어도 한 사람의 적과 한을 만들지 말라는 선지자의 가르침은 한 사람일지라도 죽음을 각오하면 엄청난 재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시사한다. 이토록 한 맺힌 사람들이 있는 한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할까 염려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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