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오백년
대한 백년,
육백년
겨레의 숨소리 함께하며
임진왜란 육이오 숱한 외침에도
굴복치 않고 민족의 긍지와 자존을 지켜온 남대문

육백년 세월 안은 민족의 이끼
바람소리 새어나올 대숲같은 잔잔한 백의의 정
천상에서 비폭하는 폭포같은 절개의 기상
육백년 민족의 영욕을 함께 안고 살아온 숭례문아!

무엇이 싫더냐?
무엇이 밉더냐?
남북의 갈림이 애통하드냐
방황하는 정치의 현실이 꼴불견이드냐
수전노 가진 자들의 ‘행복한 눈물’의 비자금이 더럽더냐
수없는 실업자 노숙자 과부고아의 눈물이 애처롭더냐
구래도 내일이면 새 정부가 들어서 희망이 보이는데…

민족의 상징 국보 1호로 겨레의 가슴에 그려온 남대문
곁에 두고도 돌보지 않음이 뉘 잘못인가
서울 한복판에서 외롭게 시린 발 동동거리다가
한 몽유병자의 치행(癡行)으로
민족의 눈물 속에 혼과 긍지를 화마에 할퀴고
육백년 역사에 마침표로 우리 마음에 검은 재로 남느냐?

아, 애달프다
아름답고 위풍 했던 그대 숭례문이여!

겨레의 넋이었던 그리운 그대 남대문이여!
그대를 지키지 못한
후회를 눈물로 마시며
6월10일은 부끄러운 날
민족의 슬픈 날
그대의 검은 잔해를 영원히 가슴에 묻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