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나흘이라는 시간 속에서 꾸는 꿈
2007-12-27 (목)
이제 2007년을 나흘 남겨두고 있다. 360일 전에 가졌던 꿈과 계획은 얼마만큼 이뤄졌을까? 그 긴 날들을 경황없이 보내고 이제 며칠 안 남은 날들을 얘기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4분도 아니고 4시간도 아닌 나흘이라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곰곰이 지난날을 더듬어 본다.
1915년에 세상을 뜬 미국의 작가 앨버트 허버드가 주고 간 말이 자꾸만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신을 슬프게 했던 것들을 잊어야 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 그러나 당신을 기쁘게 했던 것들을 기억해야 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라”
기억해야 할 것은, 슬프게 했던 것들을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고, 또 기쁘게 했던 것들은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단순한 얘기 같지만 기억해야 할 것들의 원칙을 잘 얘기해 주는 말 같아 가슴에 담게 된다.
부동산 업계의 불황은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아프고 슬픈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말처럼 슬픈 것들은 애를 써서라도 잊자. 그러나 잘 못한 것들은 하나하나 깊이 생각하며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잊지 말고 기억하도록 하자. 슬픈 것과 잘 못한 것은 다르니까.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것은 일 자체의 성과보다 서로 주고받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에이전트와 고객의 관계에서 얼마나 신뢰를 주고받으며 의연하게 일했는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믿음과 정직으로 일관된 관계를 성실하게 유지했는가? 다른 회사의 에이전트와도 서로 존중하며 전문성을 인정하고 서로 배우며 돕는 관계를 가졌는가? 이루어졌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에이전트로서 부끄럼이 없었는가 차근차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지난 일년 동안도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오래된 만남도 있고 새로운 만남도 있다. 특히 일 속에서 만난 분들은 다른 어떤 만남보다도 중요하다. 일의 성격상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관계의 좋고 나쁨이 힘들고 기쁜 기억들의 원천이라고 생각할 때, 관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그럼 나는 그 중요한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손님과의 약속은 제대로 지켰는가? 필요한 물건을 찾아주기 위해 또 팔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물건 찾기가 힘들다고 또 요즘 같은 불경기에 매기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들을 미루거나 포기하지는 않았는가? 거래가 끝난 뒤에도 계속 꾸준히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는가? 거래하는 과정에서 눈앞에 보이는 커미션 때문에 밝힐 것을 밝히지 않은 적은 없었는가? 이런 결과들로 인해 부끄럽고 만나고 싶지 않은 관계는 없었는가?
때로는 최선을 다 했음에도 허망한 결과가 발생할 때도 있었다. 나는 가끔씩 우리가 하는 일은 “도 닦는 일”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많이 애쓰고 공들여서 거의 다 이루어지는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원점으로 무너지면서 허탈의 늪을 허우적거리게도 하지만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진행되어지는 일 속에서 욕심과 기대를 버리는 매일의 삶이 꼭 도 닦는 일 같아서 그렇게 말을 하곤 한다.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일들, 게을러서 미루느라 못했던 일들을 다시 챙겨보며 나에게 철저해 지기를 다짐해 본다. 이런 때가 바로 파밍(farming)해야 되는 때라고 얘기하면서도 씨뿌리기를 게을리 했던 나, 복잡해지고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면서도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미루는 나, 고맙고 감사한 관계를 제대로 표현 못하고 마음에만 짐처럼 지고 지내온 나, 그래서 많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가슴이 무거워 온다. 슬퍼서 잊어야 하는 기억들이 아니라 잘못된 일들이라 반드시 기억하며 내년에는 똑같은 뉘우침을 하지 않길 바래본다.
이제 올해는 나흘 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아직 나흘이나 남았다고 얘기하는 게 좋을까? 2007년의 꼬리를 감추는 96시간이 아직 길게 남아 뒤돌아보게 하는 감사의 시간이다. 2008년, 우리의 고객들과 웃음의 악수를 하며 새로운 날 위로 함께 훨훨 솟아오르는 꿈을 꿔본다.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