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민은기

2007-10-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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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민은기/인테리어 디자이너

요 몇 년 사이 정원을 디자인하고 나무와 꽃들을 심으면서 한층 자연과 가까워졌다. 정원을 꾸미느라 들인 정성과 시간 그리고 돈 만큼이나 값진 것들을 정원을 통해서 되돌려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생각이 어찌 나 뿐이랴? 가족은 물론이고 나무와 꽃들을 즐기려고 모여드는 나비와 벌 그리고 새, 달팽이, 지렁이까지. 정원을 보면서 이 안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이 매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새삼 신비롭다.
이사와서 아무것도 없었던 텅빈 뒷마당에 작은 세계가 탄생했다. 이 황무지 같은 땅이 이렇게 아름답게 변하다니? 남편의 공이 크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만 자라 식물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었던 남편이 이제는 정원사가 다 되었다. 우리의 힘과 정성으로 변해가는 정원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제 이 작은 세계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꽃이면 꽃, 나무면 나무마다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열매는 없었지만 키만 부쩍 커버린 자두나무. 크지도 못하고 딱 두개의 열매를 맺었던 사과나무. 너무 많은 열매가 달려서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것 같은 레몬나무. 여름내내 식탁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었던 꽃의 여왕 장미. 이 가을에 가장 아름다움을 뽐내는 멕시칸 세이지 등등...
작년 겨울에 다 얼어죽은 줄 알았던 멕시칸 세이지는 대단한 생명력을 가진 모양이다.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을 견디고 다시 자라서 우리를 놀래켜 주었다. 요즘 그 깊은 보라빛에 온통 모든 것들이 물들어 버릴것만 같다. 내 마음까지도. 10월은 역시 아름다운 계절이다. 자연을 통해 가을은 이렇게 또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색깔에 색깔을 더한 듯 모든 것이 청명한 이 가을. 숨을 크게 들이키면 이 모든 자연의 색깔과 냄새가 온 몸에 배일 것만 같은 이 가을.
가끔씩 남편이 흥얼거리면서 부르는 안치환의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말 이 가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가슴뛰게 아름다워야 한다. 이 작은 정원속에서 지금도 피고 지는 저 많은 빛깔의 꽃보다 아름다우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어야 하나. 신이 창조하신 이 모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지키는 우리 인간이 정말 아름다운 것들 중에 과연 제일이라는 말을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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