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7-10-1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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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순(버크, VA)

요즘 감정상태가 많이 불편하다. 불편함을 견디기 위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심하려고 애쓴다. 진공상태에 놓인 것으로 주장 해봐도 여전하다.
전에도 깨달았지만 사람이 사는데 우연이란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깨닫는가 아닌가의 차이인 것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잘 되면 제 탓이요, 안 되면 조상 탓 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있다. 물론 우연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어는 분이 자신의 글을 보내주셨다. ‘서제막급’(噬臍莫及)이란 제목으로 지은 글이다. 노루가 사냥꾼에게 잡혔다. 노루는 제 배꼽 탓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말이다. 자율적이지 못한 배꼽에게 책임을 전가하니 말이다.
요즘 내가 마음이 영 불편한 탓은 무슨 일을 추진 중인데 주위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결과가 내 마음에 안 차는 까닭이다. 내 자신 스스로가 일을 처리해도 만족치 못하는 것이 태반인데 지금 나는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 떨어질 때를 바라며 입 벌리고 누워있는 형국이다.
제 삼자가 볼 지면 태연자약하게, 태풍의 눈처럼 지내는 나의 마음은 그러나 결코 평화롭지가 못하다. 어떻게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알아서 그대로 해줄 것인가 말이다.
불협화음을 들려주는 관현악 연주를 듣다가 그 어떤 앎이 생겼다. 결코 화음을 이루지 못하는 음악을 듣느니 그 자리를 떠나면 해결되는 것이다. 그렇듯이 내가 계획한 일이 내 생각대로 안 된다고 기압골에 놓여 지내느니 그저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선하게 이뤄주실 것으로 믿으면 될 뿐이다.
이렇듯 쉬운 답을 얻기 위해 그 동안 내 마음은 진흙구덩이 속에서 지냈다. 그러니까 내게 일어나는 불편한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릴 것은 조금도 없고 그저 내 마음을 다스려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좋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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