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틴 아메리카 미술전

2007-08-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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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엄마와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데 현대 미술을 잘 모르는 엄마는 알록달록한 색깔과 금빛 장식으로 번쩍이는 중세 미술을 무척 좋아하셨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옷을 만들어 입히시고 뜨개질도 잘 하시던 엄마는 손재주가 무척 좋으셨는데 옛 예술품들을 구석구석 유심히 살펴보며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궁금해 하셨다.
라틴 아메리카의 예술품들이 LA 카운티 뮤지엄에서 10월28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예쁘고 화려하고 번쩍거리고 쉽게 마음에 와 닿는 드러매틱한 예술품들을 보며 엄마가 참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풍의 그림인데도 어딘가 서툴러 보이고 과시욕이 크게 드러나고 정성들여 그린 꽃장식이나 레이스에는 소박한 인디언들의 정서가 엿보인다. 성모님의 슬픔은 극히 아름답고 슬프게 인형처럼 장식되어 있고<사진> 예수님의 성흔은 피투성이로 과장되어 있어 라틴 아메리칸의 진솔한 심성이 드러난다. 대체로 밝고 화려하고 소박하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로 300여년 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지배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예술엔 유혈이 낭자한 문명의 충돌이 자아내는 분열과 어둠이 깔려 있는데 그럼으로 해서 독특하고 기이한 라틴 아메리칸 특유의 풍요로운 예술이 탄생했다.
신대륙을 정복한 제국주의적 욕심과 팽창주의, 스페인 지배계급의 과시욕을 드러내기 위해 예술이 크게 이용되었으므로 내면적이라기보다는 외면적으로 강한 바로크적 성향이 강하다. 인디언들을 교화하기 위해 가톨릭교회가 크게 번성하는데 정서적으로 깊이 인디언들의 마음에 파고든 교회의 이미지들과 헌신으로 가득 찬 인디언들의 교회예배와 축제영화를 보며 그토록 착한 사람들의 헌신이 어쩐지 슬프게 느껴졌다.
스페인적 기질과 인디언의 심성이 조화되어 최상의 격에 달한 예술품이 눈에 띄는데 그 빛 밝은 정신성과 가슴으로 전해오는 남미적 정서가 오래 마음에 남아 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숙고하고 모색하는 내 영혼에 지표가 되어 줄 것만 같다.
현대미술의 문제점은 바로 옆 빌딩에서 전시되고 있는 So Cal 전시에서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So Cal 전시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LA 카운티 뮤지엄이 소장한 작품들의 전시인데 가슴으로보다는 머리로 전해진다. 창백하고 드라이하고 비인간적이다.

박혜숙 /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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