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라이벌
2007-08-22 (수) 12:00:00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불러들인다. 신선한 공기가 방안에 가득하고 불청객인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음이 따라 들어온다. 또 경쟁이 시작 되는구나 생각하면서 생존경쟁의 싸움터를 뇌리에 떠올린다.
아침에 길에 나서면 앞뒤로 즐비하게 다가선 차들이 나의 강박감에 스트레스를 더하기 시작한다. 그 차량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빨간불에 서있던 차량들이 파란불만 켜지면 열띤 경주자이듯 무섭게 달려서 간다. 이 모습에서 항상 나는 경쟁의식에 사로잡힌다.
사람들이 이런 의식 속에서 살아가니 친구도 안중에 없고 동업자도 사실상 라이벌의 한 사람이다. 수십 년 전의 일이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어렸을 때 친구인 J가 이곳에 이주해왔다. 같은 사업을 시작하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나 맥클린에 꽃가게를 냈는데 우리 서로 경쟁하지 말자” 했다. 나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학고 때 친구요 오랜만의 회우에 그리움조차 서려 있었는데 느닷없이 경쟁이라는 용어가 튀어 나왔으니 말이다.
그 후에 모 협회에서 경로잔치를 한다며 코싸지 주문이 들어왔다. 무려 300개가 필요했다. 그러나 나는 노인들을 위한 모임이라 l달러씩에 맡았다. 봉사하는 심정으로. 그러나 너무 많은 꽃을 하고나서 힘이 들어 한동안 꽃을 바라보기조차 싫었다. 꽃을 좋아하고 꽃을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나였었지만.
그런데 그 후 친구한테서 전화가 와서 나보고 덤핑 했다고 힐난했다. 그녀는 나를 오해했던 모양이다. 나는 경로잔치에 쓸 것이니까 도와드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가 3달러씩을 부과한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우리들 사이는 서먹서먹해졌다.
나는 오해를 풀고 천진난만 했던 여고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 대화를 시도 했지만 그녀는 시큰둥해서 돌아서곤 했다. 가슴 아픈 일이었다. 세상살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오해’다. 사람들의 생각이 항상 딴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혹은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는 가끔씩 우리들 사이를 침식한다.
현세대는 경쟁사회다. 물고 뜯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은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우리는 모두 생존경쟁의 투사다. 목사님 설교처럼 주안에서 승리를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의리를 저버리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만 하는 것인가? 정말 참된 ‘Fair Play’가 아쉽다. 옛날 황영조 선수가 정정당당하게 실력과 투지로 최선을 다해 월계관을 땄듯이.
현실은 참으로 비관적이다. 우리들을 슬프게 만든다. 내가 우리 가게에서 키워 내보낸 사람이 우리 단골을 빼가고 또 나를 중상한다니. 이러는 나를 어떤 사람은 ‘바보’라고 했다. 생존경쟁에선 남을 도와주는 것은 바보천치라는 얘기다. 권선징악의 보수사상에 익숙해있는 우리 기성세대들은 정말 바보인가보다. 실리적인 세상이니 모두 쌩쌩하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 편이다.
허나 힘겹고 고달픈 세월을 이겨온 우리 기성세대들은 ‘의리 와 정의’를 모토로 살아온 세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