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 대통령이 필요한 한국

2007-08-22 (수)
크게 작게
처음 삼불정책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불교와 관련된 어휘이거나 아니면 ‘99센트 온리 숍’ 처럼 ‘3달러’라는 돈의 개념을 집어넣어 개발한 특별한 경제정책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대학 입학에 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 등급제의 도입을 절대 불허 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교육 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하는 결과가 나올 것에 대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는 삼불정책은 대학의 자율성 침해에 반발하는 대학측과 학력사회인 한국에서 빈부차이를 더욱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를 밀어부치려는 정부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취임후 그럴듯한 이름의 정책을 내어 놓았는데 “노 차일드 레프트 비하인 드” 즉 어느 자녀도 뒤에 처지지 않게 한다는 교육 정책이다.
미국 학생들의 전반적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씻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으로 미국 공립학교 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부시는 그정책의 시행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많은 비판과 원망을 듣고 있으며, 학생들의 전반적 실력 향상 보다는 학력고사 준비에 급급하는 각 교육구의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내가 보기에 한국과 미국 정부의 이러한 교육 정책들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국가의 국민들, 더군다나 세계적 경제규모 1위와 12위 국가 국민들을 교육하는 핵심 정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좋건 싫건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종교, 인종, 국적 등을 넘어 어떻게 평화롭게 같이 살아가며 그안에서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시점에 와 있다.
그점을 염두에 두고 한 국가의 교육 목표도 설정이 되어야하고,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가 결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 가운데, 신생아에서부터 만 18세까지의 모든 청소년과 그부모, 가족들 그러니까 4천5백만 국민의 절대 다수가 대학입학 이라는 명제에 시달려야 하는 한국의 현 상황은 왜인지도 모른 채 도살장에 끌려온 소들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그리고 삼불정책은 이러한 대입을 둘러싼 논란의 하나이기에 오히려 대입을 교육의 핵심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규모 1위국에선 지금 “노 차일드 레프트 비하인드” 법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외 미국에도 교육 관련, 다수의 숙제가 쌓여있지만 미국은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 발전적 해결책을 찾아 가는 사회적 역량이 이미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나라이며, 상당수 지식인들이 범인류를 염두에 둔 사고를 하고 있기에 교육의 방향도 길을 잘 찾아가리라 믿는다.
한국은 다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교육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너무도 중요하다. “교육=대입“ 이라는 현실의 굴레를 깨고, 21세기의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을 할것인지에 국민적 에너지가 모아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어디에 가도 환영 받을수 있는 사람, 직업과 학력에 관계없이 일단 인간으로써 누구에게나 신뢰감을 주는 사람, 그렇게 되기 위해 우선 내면적 불행이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에너지가 모아져야 하며, 각자에 내재한 가능성을 맘껏 개발할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일차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인 국가가 되고 경제도 탄탄해질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사람 외에 별다른 자원이 없다.
그들을 어떻게 키우고 쓰느냐에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긴박감을 다음 대통령이 깊게 인식하기를 절실히 바란다.

김유경 / Whole Wide World Inc.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