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비함과 반짝임

2007-08-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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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몇 년 전 울릉도를 여행했을 때 엽서에서 ‘신비한 울릉도’라고 쓰인 것을 보았다. 울릉도는 정말 상당히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덮쳐오는 파도로부터 산이 치솟고 있었다. 공항, 골프장은커녕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조차 없던 미개발의 조용한 곳이었다. 한 겨울밤 방에 앉아서 바다 한 가운데 줄지어 선 오징어 배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강렬한 불빛을 바라보노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람의 혼을 흔드는 신비한 곳이란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주 한국에 머물면서 이 ‘신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낯선 것들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은 궁극적으로 바로 그 ‘신비’ 때문이 아닐까? 물건, 장소 하물며 사람에게까지도 적용될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가다 라디오를 들으니 한국에서 결혼의 10%가 국제결혼이라 했다. 국제결혼을 하는 이유 중 ‘신비’에 관련된 것을 들자면 최소한 열두개는 될 것이다.
국제결혼 부부 사이엔 동족끼리 결혼한 부부보다 더 ‘신비한’ 어떤 특별한 부분이 항시 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로의 말과 문화에 익숙해지고,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되며 과거의 사람과 장소를 방문하면서 그 층이 얇아지게는 된다. 하지만 그 ‘신비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학자나 과학자들이 인정하듯 ‘신비함’은 오직 그 ‘신비함’의 잔재가 남아 있을 때에만 흥미를 유발한다. 일부 대중 심리학자들까지도 요즘엔 결혼을 오래 유지하려면 ‘신비함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신비한’ 장소와 사람들 속에 오래 있노라면 묘한 부작용이 생겨난다.
‘신비한’ 느낌을 가질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버스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들었을 때 특별하고 소중하면서 표현하기 힘든 이 느낌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느 시골 식당에서 방바닥에 한 시간 이상 앉아있느라 나의 외국인 다리가 아플 때도, 특이한 찌게 냄새를 맡으며 먹을 때에도 표현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 생겨난다.
‘신비’에서 비롯된 그런 느낌들은 나를 낯선 땅으로 끌어당기는 줄이다. 이 ‘신비’는 거의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신의 은총과 같이 우리에게 분에 넘치도록 쏟아진다.
우리는 매일 ‘신비’를 쥐어짜내야만 하는 시대에 산다. 남미의 최남단 공항에서부터 중국의 가장 깊은 내륙의 공항에까지 반짝이는 똑같은 물건들로 우리의 돈을 유혹하는 면세점들이 있다. 지금 한국 관광산업은 영문인 ‘Sparkling Korea’를 내걸고 한국을 매혹적인 곳이라 선전하고 있다. 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 반짝이는 높은 빌딩에 둘러싸인 말끔히 정돈된 고궁들 등. 아주 효과적인 훌륭한 캠페인이다. 하지만 한번의 기초관광을 끝낸 여행자들을 어떻게 두번, 세번 다시 한국관광을 하게 만드는가는 문제다. ‘Sparkling Korea’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신비’를 보이지 않은 한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TV 프로그램 중 “진짜/가짜!” 라는 쇼가 있었다. 자, 우리도 시작해 보자.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덕수궁 정문에서의 수문장 교체식은? 가짜!(조선시대 어느 문서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인사동에서 파는 작은 가방들은? 가짜! (한 때 한국문화를 대표했던 이곳은 이제 중국제 허드레 물건들을 팔고 있다.) 긴 등산 끝에 아픈 다리를 끌고 찬란한 경치를 만끽한 후 깊은 산속 절에서 향 내음을 맡으며 느끼는 고요함은? 진짜!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농가에서 잘 때 방안을 휘감는 푸근하기조차 한 외풍은? 진짜!
‘스파클링’ 한 것은 오직 한번만 우리를 유혹할 수 있다. ‘신비한’ 것은 우리를 계속 머물게 한다.

케빈 커비 / 북켄터키 대학 전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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