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미와 깊이를 함께 갖춘 소설

2007-08-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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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지음 / 창작과 비평사

‘제비를 기르다’는 소설가 윤대녕이 2004년에 발표한 ‘누가 걸어간다’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소설집이자 다섯번째 소설집이다. 소설가 윤대녕은 낭만적 감수성과 시적 문체가 어우러진 첫 작품집 ‘은어낚시통신’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동안 발표된 윤대녕의 소설들은 대개 “충일한 생의 비의를 한번 보아버린 인간들이 무의미한 일상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어떤 기다림 속에 살아간다”는 구도에 충실해왔다.
‘제비를 기르다’를 비롯해 ‘탱자’ ‘낙타 주머니’등 중단편 8편이 실려있는 이번 작품집은 조금 흐름을 달리한다. 한편 두편 읽다가 어느새 다 읽어버릴 정도로 이야기의 서사 구조, 아름다운 문체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전작과 달리 이번 소설집은 사람이 태어나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는 인간사에 대한 포용 혹은 긍정의 시선으로 가득차있다. 여러 작품에 죽음을 앞둔 인물이 등장하지만(‘탱자’‘제비를 기르다’ ‘편백나무숲 쪽으로’) 죽음을 슬픔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 듯 꼭 필요한 결말로서 포용할 수 있는 사실이 되어버린다.
또 작고 사소한 우연에서 비롯된 인간관계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마치 그의 ‘대녕’이라는 이름이 낯선 것 같아도 ‘윤대녕’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 윤대녕 소설을 설명해주던 ‘감각’과 ‘내면’의 세계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애틋한 시선으로 확장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작품집의 큰 소득인 듯 하다.
윤대녕의 작품이 특히 ‘윤대녕스러운’ 까닭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면 답이 나올 것 같다. “나라는 사람에겐 세 가지 꼭짓점이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매료된 고전의 세계, 대학 때 빠지게 된 신화, 그리고 제대 후에 받아들인 우주론적 깊이를 지닌 불교적 생활. 이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소설이 다소 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감각적인 소설, 얄팍한 흥미위주의 소설이 아니라 소설적 재미와 깊이를 같이 느낄만한 책을 찾는 독자들이라면 바로 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www.aladdinus.com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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