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신해철 님에게

2007-07-3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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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호(맥클린, VA)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인질 납치사건과 관련해 얼마 전 신해철 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한 말이다. “두 손 모아 전 국민이 진심으로 진심으로 전원이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돌아오실 때 공항에서 제발 머리는 숙이고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최근의 사태에서 보듯이 한국의 인터넷에서 오가는 댓글들이 기독교계의 적극적이고 위험불감의 선교활동에 대한 비판의 글들을 정리하면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주변의 성숙한 식자들로부터 동감의 표시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보게 되었다.
첫째로 전후 사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지금 우리의 그토록 고귀한 동포 1명이 희생되었고, 또 나머지 동포 22명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납치 감금 중에 더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 중에 있다고 하는데 편안히 앉아서 돌아올 때 머리를 숙여야 하느니 마느니 말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가족 중에 이 같은 일이 있어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자식이나 배우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그 같은 얘기가 얼마나 무섭게 들릴지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둘째로 그들은 의료봉사 목적으로 현장을 방문 중이었다고 한다. 의료 봉사라 함은 우리 민족의 인류애를 보여주는 훌륭한 일이 아닐까. 우리는 남이 하는 일을 헐뜯는데 너무 익숙해있지 않나 생각된다. 봉사라는 일은 해보신 분들은 동의하겠지만 그 본뜻을 가슴에 갖지 않는 한 수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선의를 악의로 돌려 해석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셋째로 생각해볼 점은 우리는 그렇게 모든 일에 용의주도하게 과거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따져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려 할 때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누구냐”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어떻게 그렇게도 자신 있고 용감하게 그분들의 행위를 따져 잘잘못을 가릴 수 있나.
신해철 님과 우리 동포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너무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살아가는데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런 편견을 갖지 않았나 조심하게 된다. 다시 우리를 돌아보자. 우리의 조그만 그릇만한 지식으로 세상 사물을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는지. 지금을 그들이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원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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