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우리의 편견

2007-07-1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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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호(맥클린, VA)

언젠가 우리는 코드란 단어에 민감했던 기억이 있다. 386이란 신조어가 유행했고 아직도 유효하다. 남자, 여자, 젊은이, 노인, 미혼, 기혼, 미국인, 한국인, 공화당, 민주당, 보수, 진보, 또 금지단어가 되어버린 수구 골통, 좌익 빨갱이라는 극적인 단어들이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의 가치기준으로 우리 스스로와 대상 인물을 분류하면서 살아 왔다. 물론 아주 생각이 없이 살 수 없는 관계로 사고하며 현대사회를 살아가자면 위에서와 같이 여러 가지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기준에 따른 분류표를 항상 지니며 살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동포사회의 또 다른 특이한 분류들을 나열해본다. 불체자, 영주권자, 시민권자, 영주이민자, 단기 특파원, 외무공무원, 최근 이주자, 10년 이상 거주 이주자, 고학력, 저학력, 한인사회에 등 돌리고 사시는 분, 한인사회에 열성으로 참여 하시는 분, 영어사용, 영어불능 등등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또 다른 분류법들이 우리 동포사회에 존재하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모 워싱턴 지역 언론인과 대화중에 대상 인물을 이러한 기준에 올려놓고 아주 세분하여 분류하는 모습에 필자와 토론이 있었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으로 미루어 그 같은 분석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며 또 우리도 무심결에 그렇게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 그 분 의견으로 그 같은 분석으로 사람을 알게 되면 예측과 대처도 가능하다고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우리사회에는 어느 사인가 자기 아니면 아니고 자기가 속한 그룹 또는 단체가 아니면 아니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을 발견한다. 어느새 점점 더 갈기갈기 흐트러지기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이유야 어떻든 미국에 이민 와서 사는 우리 20만 동포도 이렇게 이해와 관계로 찢어지는데 남북의 통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에 미숙한 우리 동포사회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에 필자는 이렇게 제안해본다. 남을 배려하고 자기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자.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누리고 만들어가는 서로를 인정하는 따뜻한 우리 20만 워싱턴 동포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자. 우리가 이같이 다양함에도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 미국사회에서도 당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순종이라는 기독교서적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우리를 평가하는 것은 하나님의 몫”이라고 한다. 또 주기도문의 한 구절도 생각난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과 같이” 거꾸로 우리가 용서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도 하나님 앞에서 용서 받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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