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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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를 만나다

2007-06-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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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서울에서 대규모의 끌로드 모네 전시회가 열리는 것을 계기로, 나는 모네에 대한 책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장감을 살리고 그의 작품을 다시 보기 위해 프랑스를 다녀왔다. 파리에서 75킬로 떨어진 노르망디의 지베르니에는 그가 1883년부터 1926년까지 43년간을 산 그의 집이 정원과 연못과 함께 있어 그 곳을 방문했고, 파리에서는 그의 소장품이 가장 많은 오르쎄 박물관과 마르모땅 모네 박물관에서 작품을 보았다. 또 마지막으로 그의 대작 ‘연꽃 대 장식’이 설치되어 있는 오랑쥬리에 가서 물과 하늘 한 가운데에서 그의 세계 속에 잠겨 보았다.
우선 기차로 갈 수 있는 지베르니는 4월부터 10월까지 온갖 꽃들이 핀 정원과 연꽃이 핀 ‘물의 정원’에서 관람객을 맞아들인다. 모네가 작업을 했던 세 군데 아뜰리에가 있고, 그가 가족들과 같이 살았던 집을 구경할 수 있으며, 그의 그림 속에 나오는 장미와 수선이 많은 정원과 연못의 ‘일본 다리’를 바라보며, 연못에 능수버들이 비치는 속에서 그의 작품과 예술혼을 이해하게 된다.
마르모땅 박물관에는 그의 아들 미셸 모네가 아버지의 유작들과 자료를 기증하여, 작품만 약 100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오르쎄 박물관에는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모네의 중요한 그림들이 아주 많다.
그러나 서울 전시회를 비롯하여 언제나 다른 곳에 소장품들을 빌려 주기 때문에 걸작들을 전부 다 볼 수 없어 유감이다. 오르쎄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루앙 대성당’ 연작 5 점을 나란히 같이 보며 비교할 수 있는 점이다. 시간에 따라 고동, 회색, 파랑, 노랑 등 서로 다른 빛깔의 조화로 이 고딕 성당의 정문을 다시 한 번 불멸의 걸작으로 표현한 이 그림들 앞에서 관람객들은 발길이 떠나지 않는다.
루브르궁 가까이 뛸르리 공원 안에 있는 오랑쥬리에는 모네가 17년 동안 작업을 하여 기념비적 유언으로 남긴 그의 ‘연꽃’이 두 개의 커다란 타원형 전시실 벽에 붙박이로 설치되어 있다. 한 그림의 높이가 2미터, 길이가 6미터에서 17미터가 되는 초대형 작품들로, 제목은 ‘지는 해’ ‘구름’ ‘녹색 반사’ ‘아침’ ‘나무들의 반사’ ‘버드나무가 있는 아침’ ‘두 버드나무’ 등이다. 푸르고 회색이며 보랏빛이고 녹색이 섞인 이 그림들의 바탕은 물과 하늘과 구름과 풀잎들이 버드나무 아래서 혼동되는 모네의 세계이며, 거기에 뜬 연꽃들은 갖가지 색깔의 분망한 터치로 그려져 있다.
모네의 그림을 멀리서 보면 물에 비치는 수목과 배와 집들이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자유분방하지만 잘 계산된 많은 물감들의 길고 짧은 터치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게 어느 빛깔로 어떤 터치를 하게 했는지를 알려준 그의 눈과 두뇌가 이 예술의 신비를 말해 주고 있다. 그래서 그는 평생 동안 물을 사랑하고, 물의 반사와 움직임을 예술화했다. 또 노년으로 갈수록 그의 빛깔은 정신적인 의미를 가지면서, 자연과 합일되고 그것을 재창조했다. 그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 모두 가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되면, 프랑스에 한 번 가서 더 많은 감동을 받아도 좋을 것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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