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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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젤-라’(Angel-A) ★★★★

2007-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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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젤-라’(Angel-A) ★★★★

앙드레(앞)는 키다리 앙젤라의 도움으로 재생한다.

빚쟁이 날건달 여친은 무술고수 금발미녀?

‘3류인생’ 젊은 남자의 몽환적 갱생기

프랑스의 액션전문 감독 뤽 브송의 10번째 감독영화로 아름답고 몽환적인 서푼짜리 젊은 남자의 재생기이다. 눈부시게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자가 뒷골목 인생을 사는 남자의 삶 속으로 들어와 그 남자로 하여금 보다 나은 제2의 기회를 찾게 해주는 도덕적 의미를 지닌 영화다. 도덕성 외에도 로맨틱 코미디와 갱스터 영화의 요소를 짬뽕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삼삼한 현대판 우화다.
특히 이 영화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버린 파리의 여러 곳을 찍은 흑백촬영이 현혹적이다(현재 상영중인 또 다른 프랑스 영화 ‘파리, 나는 널 사랑해’의 컬러로 찍은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과 비교해 보면 좋은 것이다). 이와 함께 또 기막힌 대조를 이루는 것이 영화의 두 남녀 주인공 리에 라스무센과 자멜 데부즈의 모습. 팔등신 금발 미녀 라스무센과 상거지 꼴을 한 키가 작은 데부즈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여자와 지하에서 올라온 남자처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묘한 조화를 조성한다.
2인극이다시피 한 영화는 처음에 한 팔을 못 쓰는 파리의 별 볼일 없는 날건달 앙드레(데부즈)가 빚 독촉(4만유로)을 하는 깡패들에게 얻어터지면서 시작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궁지를 벗어나 보려고 제 딴에는 기지를 동원해 재잘대는 앙드레가 마치 족제비 같다. 앙드레는 파리 도처에 빚을 졌는데 곧이어 냉소적인 갱보스 프랑솨와 그의 졸개에게 멱살을 잡혀 에펠탑 꼭대기로 끌려가 빚 안 갚으면 밑으로 떨어뜨려 죽여 버리겠다는 위협을 받는다. 그날 자정까지 죽음을 유예 받은 앙드레는 미대사관을 찾아가 자기가 기술적으로 미국인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나 거절당한다. 이어 앙드레는 경찰서에 찾아가 자기를 가두어달라고 사정하나 여기서도 쫓겨난다.
앙드레는 깡패들에게 맞아 죽느니 차라리 자살을 하자고 센강 위의 다리에서 아래로 뛰어 내릴 자세를 취한다. 그런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옆에서 웬 긴 다리의 늘씬한 여자가 자살 채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여자가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자 앙드레가 이어 뛰어내려 여자를 구해낸다. 한 팔만 쓸 수 있는 두꺼운 외투 입은 앙드레가 어떻게 자기보다 키가 큰 여자를 물속에서 구해낼 수 있느냐고 물을 사람도 있겠지만 여하튼 구해낸다.
앙드레는 주제에 자기 이름을 앙젤라(라스무센-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느와르 ‘치명적 여인’에 나온 덴마크 배우)라 소개하는 이 여자를 마구 나무란다. 그런데 태양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에 각선미가 조각상과도 같고 하얀 피부를 거의 모두 드러낸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앙젤라가 어떻게나 고혹적인지 앙드레가 눈이 시리도록 바라본다.
그리고 줄담배를 태우는 앙젤라는 앙드레에게 네가 날 구해줬으니 나는 네 것이라면서 네가 직면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자며 둘이 파리 시내의 후진 곳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긴 다리의 앙젤라가 주먹질 발길질이 보통이 아니어서 여러 깡패들이 나가떨어진다.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촬영과 재미있는 대사가 있는 스타일 멋진 영화로 영화 중간쯤에 가서 플롯을 뒤틀어 놓는다. 연기도 좋은데 특히 드부즈의 코믹하게 처량한 연기가 일품이다. R. Sony Pictures Classics. 선셋5(323-848-3500), 뉴윌서(310-281-8223),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타운센터 5(818-981-9811), 유니버시티 타운센터 6(949-854-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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