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겸손도 지나치면 교만이다

2007-05-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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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한국 사람들은 칭찬에 참 인색하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칭찬하는 데만 인색한 게 아니라 칭찬을 잘 받아들일 줄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 심각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칭찬을 들으면 기쁘고 반가운 얼굴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인들은 그것이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다. 그저 쑥스러워하고 “아~이 뭘요” 혹은 “아니예요” 등으로 얼버무리며 칭찬을 부정한다. 며칠 전 어느 곳에서 나를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선생님이 “그 동안 참 많이 발전하고 좋아졌군요”라며 내 공부가 발전하였다는 칭찬을 하셨다. 때를 놓치지 않고, “네 선생님, 제가 참 많이 발전하였지요?”라고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친구가 웃으며 “남이 그러한 말을 해주어야지 자신이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이 어디 있어”라며 핀잔을 주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의 지적에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지금까지 열심히 가르쳐 주셨는데 선생님의 도움으로 내가 많이 발전하였음을 인정하여야 옳은 일이지”하고 “선생님, 그 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제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우리는 칭찬을 받는 일에 익숙치가 않아서 칭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잘 모른다. 오래 전에 내가 피아노를 가르친 성인 학생이 1년쯤 치자 정말 많이 발전해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아유 뭘요. 이 정도 가지고”라며 겸손(?)하게 말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난 참 기분이 안 좋았다. “네 그렇죠. 1년 동안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쳐 주시고 저도 열심히 연습하여 이렇게 많이 늘었어요”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서로가 행복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자신과 남을 정당하게 인정해 주며 또 남의 잘 하는 점을 보고 칭찬할 줄 알고 자신에 대한 칭찬도 다소곳이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겸손의 사람일 것이다.
이영숙/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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