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앤소니 합킨스)가 정부를 둔 아내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범죄보다 양자간 성격·도덕적 문제 놓고
치열한 머리 싸움… 반전플롯·연출 탁월
뛰어난 범죄자-야심찬 검사 법정 대결
뛰어난 지능을 가진 나이 먹은 범죄자와 그에 못지않게 유능한 젊은 검사 간의 머리싸움을 그린 범죄영화이자 법정 드라마다. 잘 짜여진 플롯과 솜씨 좋은 연출 그리고 뛰어난 연기 및 밤의 LA 다운타운 등 볼만한 것이 많은 준수한 영화로 짓궂은 유머기도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강렬한 범죄영화의 서스펜스보다는 주인공들의 성격과 도덕적 문제 등에 더 기울어 재미있고 지적이긴 하지만 배짱이 없는 영화가 됐다. 범인으로 앤소니 합킨스가 나오는데 그의 얼굴 표정과 말투가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를 너무나 닮았다. 키안티와 인육 없는 한니발 렉터 영화라고 해도 되겠다.
LA의 부유한 항공시스템 기술자인 테드 크로포드(합킨스)가 자신의 바람피우는 젊은 아내 제니퍼(엠베스 데이비츠)를 집에서 기다렸다가 귀가한 아내의 머리에 총을 쏴 쓰러뜨린다.
영화는 이와 함께 테드가 아내의 외도현장과 집에서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총소리를 신고 받고 경찰이 출동하고 테드는 인질협상자인 로브(빌리 버크)와 대면하는데 제니퍼는 다름 아닌 로브의 정부다(이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
사건 담당검사가 잘 나가는 야심만만한 젊은이 윌리 비첨(라이안 가슬링). 그는 공직을 버리고 법률회사에 취직하기 직전인데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 간단한(?) 사건을 맡기로 한다. 제니퍼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테드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다.
그리고 윌리는 구금된 테드를 심문하는데 이 장면이 ‘양들의 침묵’에서의 합킨스 대 조디 포스터의 대면을 연상시킨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테드는 자신이 스스로를 변호하며 윌리의 기소 조건을 하나하나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테드가 풀려나면서 도도하기 짝이 없는 윌리의 자존심과 법조인으로서의 장래마저 무참히 깨어진다. 이 경험을 통해 윌리는 앞만 보고 달리던 자신의 삶과 책임감 등 개인적 직업적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집요하게 재수사한다.
패자가 승자가 되고 승자가 패자가 되는 클라이맥스의 플롯 반전이 재치 있다. 서브플롯으로 윌리의 상관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금발 니키(로자문드 파이크)와 윌리간의 사건을 놓고 일어나는 갈등이 있지만 니키역은 윌리와의 동침을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뛰어난 것은 올해 ‘해프 넬슨’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가슬링의 매섭고 지적이요 매력적인 연기. 그와 노련한 합킨스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 R. New Line.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