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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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난 키우기’

2007-03-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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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매력 난에 한번 빠져볼까

<난 키우기, 재미 한인 난협회 박창규 회장에게 듣는다>

그윽한 향기와 빼어난 자태, 자식과도 같은 난을 돌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답니다.”
공자도 말했던가.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란(지초와 난초)이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 있으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이는 그 향기와 더불어 동화되기 때문이다.” 공자의 명심보감 교우편에 ‘지란지교’의 유래가 된 유명한 구절이다.
난의 향기, 그 매혹의 향기에 30여년간 푹 빠져 난과 지란지교의 사귐을 넘어 한 가족처럼 동고동락 하는 취미를 가진 박창규(66)씨. 올림피아 약국을 운영해 왔으며 한미은행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던 박씨는 전문가 이상으로 난 기르기에 박식해 ‘재미한인 난협회’(Korean-American Orchid Society, KOS)를 조직해 회장직도 맡아오고 있다. 박 회장에게 난 기르기는 단순한 취미 이상이다. 한 친구로부터 흔한 종류인 심비디움(Cymbidium)을 선물 받아 한 두 개의 난 화분을 기르다가 이제는 자택에 300스퀘어피트 규모의 최첨단 온실도 마련해 종류로는 10여종, 개수로는 350여개의 난을 지극정성을 다해 기르고 있다.
“난은 결코 기르기가 쉬운 식물은 아니에요. 물론 키우기 쉬운 녀석도 있지만, 온도나 습도, 일광, 통풍 등 환경이 고루 맞아야 합니다. 하지만 정성을 기울인 만큼 또 정직하게 화답해주기도 하는 식물이지요”라고 말하는 박 회장은 “원래도 꽃을 좋아했지만, 난을 키우다 보니,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 난 키우기 삼매경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특히 저녁 해질 무렵 온실 가득히 메우는 향기는 정말 일품이지요. 난이 풍기는 은은한 매력에서 인생을 배웁니다”라며 난 키우기의 묘미를 자랑했다. 박 회장은 미국 난협회 회원이며, 말리부 오키드 협회 회원으로 반다, 호접난 등으로 말리부 오키드 협회에서 수상하는 골드 리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미한인 난협회’는 2001년도 창설해, 현재 회원은 30여명. 1년에 부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오는 24일 2007년도 첫 모임을 박 회장 자택에서 갖는다. 박 회장의 도움말을 빌어 초보자를 위한 아름다운 난 가꾸기의 노하우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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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딴 하이브리드(교배종)를 만들고 싶다는 박 회장의 난을 가꾸는 모습에서 건강한 노년의 고상한 취미생활을 엿볼 수 있다>

“잡념 없어지고 마음의 평화 -인생도 배우죠”

꽃피는데 2~8년 걸려

한인들이 자주 선물 받는 일명 호접난, 팔래놉시스(Phalenopsis)는 사실 까다로운 종류다. 강한 빛에도 약하고 추위에도 약하다. 습도도 70~80%로 맞추어 주어야 한다.
박 회장은 “선물 받아 본 호접난의 꽃을 다시 피우기가 힘들었던 경우나, 혹은 너무 물을 많이 주어 썩어 실패했던 경험은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며 “햇볕에 주의하고, 물도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접난은 바깥에서 기르기는 힘들다. 저녁 온도도 60도 이하는 내려가지 않아야 하며 55도까지는 괜찮다. 그늘에 놓아도 잘 안자라며 여름에는 직사광선보다는 필터링을 해서 빛이 너무 강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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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많이 선물 받는 호접난은 꽃 피우기가 은근히 까다롭다>

초보자라면 심비디움이나 덴드로비움(Dendrobium), 에피덴드럼(Epidendrum) 종류가 비교적 기르기가 쉽고 관리하기가 편하다. 잘 자라는 편이고 번식이나, 햇볕 온도 등에 무리 없이 키울 수 있기 때문. 심비디움은 바깥에 두어도 잘 자라는 난이다. 덴드로비움이나 에피덴드럼의 경우 1년 내내 꽃이 피기도 한다. 기르기가 까다롭지 않고 실외에 두어도 잘 자라는 편.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반다는 햇빛이 강해야 하며 습도도 높아야 한다. 꽃이 피면 종류에 따라 2개월에서 5개월까지 가기도 한다. 또한 종에 따라 토양에 씨를 뿌려 자라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저미네이션(germination lab)에서 배양된 베이비 화분을 가져와 기르게 된다.
베이비 화분에서 꽃이 피는 데는 종류에 따라 2~5년, 또는 7~8년이 걸리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꽃집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경우는 베이비 화분이 아닌 좀 더 자란 난을 갖다가 기르게 되는데, 수명은 일반적으로 종류마다 다르지만 호접난의 경우 대개 15년까지 자란다. 난 가꾸기의 기초는 먼저 온도, 습도, 일광, 통풍 등 4박자가 적절하게 맞아야 한다.

초보자는 물주기가 가장 어려워


한인들에 낯익은 호접난‘팔래놉시스’등
빛-추위에 약하고 습도 70~80%로 맞춰야

온도
난은 남극만 빼놓고는 세계 각지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하면 주로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서양란을 생각하기 쉽지만 북극 빙하에서도 자라는 종류가 있다.
물론 난은 일반적으로 온도에 민감한 식물이다. 박 회장은 “10년 만에 찾아온 기현상으로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에는 동사한 난이 많아 참 속상했어요. 그 만큼 온도가 매우 중요합니다”고 설명했다. 추위에 강한 난도 있고 뜨거운 온도에서 더 잘 자라는 종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난의 습성은 추위에 약하다.

물주기 및 화분 선택
온실이 있으면 온실 시스템으로 자동으로 습도를 맞추어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물을 적절히 주거나 분무기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반다는 습도가 높아야 한다. 사실 초보자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물주기다. 물주기는 난 기르기에서 굉장히 어려운 일 중 하나.
심비디움의 경우 물을 가리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 초보자의 경우 손가락으로 화분흙을 만져보아 가늠하는데, 손가락으로 알 수 없다면 잘 깎은 연필로 푹 찔러보아, 흙이 하나도 묻어나지 않으면 너무 말랐다는 증거다. 하지만 까만 흙과 물기가 묻어나면 주지 않아도 좋다.
화분은 플래스틱이나 클레이 중 선택하게 되는데, 플래스틱보다는 클레이가 더 난에는 좋다. 플래스틱은 저렴하고 가벼운 것이 강점. 클레이 화분은 값도 비싸고 잘 깨지고, 화분 갈이 할 때는 깨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플래스틱의 경우 물 증발이 잘 안되지만 클레이는 화분 자체가 흡수하기도 하고 증발도 잘 되는 반면 대신 플래스틱 화분 보다는 물을 2~3배 더 주어야 한다. 플래스틱 화분에 구멍을 뚫어 난의 호흡을 돕기도 한다.
또한 난에 맞게 화분을 선택해야 한다. 나무는 화분이 커도 자라는데 큰 무리가 없지만 난은 크기에 맞게 화분을 선택해야 한다. 물 받침대가 필요는 하지만 물 받침대 때문에 물이 고여 썩는 일도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플래스틱 화분에 공간이 있는 것이 좋다. 박 회장은 “아이키아에서 구입한 화분(IKEA PS FEJO)은 이중으로 되어 있어 물도 빠지는 공간이 있고, 옆에 파이프를 끼워 놓아 여분의 수분도 증발되게 고안돼 있어 좋다”고 조언했다.
물주는 것은 대개 6인치 정도 화분을 기준으로 플래스틱이면 겨울철에는 열흘에 한번 정도, 춥고 날씨가 흐릴 때는 2주도 괜찮다. 여름에는 4~5일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준다. 절대 매일 주지 않는다.
난을 처음 기르는 사람이 가장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죽이는 것. 마른 것 같다고 생각해서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썩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을 너무 안주어서 말랐다 죽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또한 난이 썩기 시작하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우므로 물을 너무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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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씨는 300 스퀘어피트 규모의 최첨단 온실에서 10여종, 350 여개의 난을 지극정성을 돌보고 있다>

통풍
호흡하는데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바람은 해충이나 곰팡이가 자라는 것을 막아준다. 박 회장은 “온실에서 아무리 선풍기 2대로 24시간 돌아가게 해도 자연만 못합니다.
벌레의 경우 바람의 방향을 피해 어딘가 붙어있기도 하거든요. 가장 좋은 것은 온실에 가둬 두는 것보다는 바깥에 두어 길러야 바람이나, 햇볕, 그늘 등 적당한데, 또 실외에서 잘 죽는 녀석들도 있으니 문제”라 말했다. 집안에서 기를 때는 창문을 조금 열어놓아 자연바람이 잘 순환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광
사람의 경우는 음식을 먹어 영양분을 섭취하지만 식물은 원료가 공기 중의 탄산개스, 수분(물)이다. 화학기호로 물은 H2O, 탄산개가스는 CO2 인데, 사람의 경우를 보면 쌀이 있어도 열이란 에너지를 가해 밥을 만들어 먹지만 식물의 경우는 그 요리를 할 수 있는 에너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햇볕이다.
특히 꽃이 필 때는 햇볕이 매우 중요하다. 햇볕이 너무 지나치면 난이 타 잎사귀만 무성하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말라 죽는 경우도 있다. 햇볕을 적절히 받게 되면 CHO(녹말)을 만들고 산소는 남아 내뿜는 동화작용을 하게 된다. 가장 좋은 에너지는 아침 햇살.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식물에게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 수 있게 한다.
집에서 키우는 경우 램프도 이용할 수 있으며 아파트나 장소가 여의치 않을 때는 아침에 햇살이 잘 두는 곳에 두었다가 햇볕이 강한 점심 때에는 그늘에 놓는 등 방법이 있다.

비료
온도, 습도, 일광, 통풍 등을 잘 맞추어 주면 잘 자라지만 사람이 비타민을 먹듯이 비료는 난에게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역시 얼마만큼 주는가가 관건. 여름에 한창 잘 자랄 때는 나이트로젠(질소)이 많이 들어있는 것이 좋다. 비료는 질소(N), 인산(P), 칼륨(K)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름에는 3월부터 휴면기에 있던 난이 깨어나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해 3월 중순이면 동면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때는 질소가 많은 것을 주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질소, 인산, 칼륨의 비율이 30, 10, 10 인 경우를 주게 되는데, 이런 배합의 비료는 꽃도 피우고 뿌리도 튼튼하며 자랄 때 질소 성분이 많은 것이 좋다. 배합법은 1 티스푼의 물에 1갤런(4리터 정도)의 물을 타서 2주에 한 번씩 준다.
하지만 비료가 너무 많아도 말라죽기도 하는데, 빨리 키우려고 많이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겨울철에는 동면 활동에 들어가 질소 비율을 줄여야 한다. 이때는 질소, 인산, 칼륨의 비율을 6, 30, 30으로 준다.
화분 위에 덮는 바크(소나무 껍질 같은 것)가 있는 경우는 10, 10, 10으로 비율이 된 비료를 써도 좋다. 하지만 바크가 아닌 경우는 20, 20, 20 의 비율인 비료를 사용해도 좋다.
물을 줄 때 비료를 아주 1/4 정도로 희석해서 물 대신 주어도 좋다. 대개는 물을 3번 주고 그 다음 비료 한번 꼴. 만약 물에 비료를 희석한 경우는 4회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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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오키드 협회에서 수여하는 골드 리본상을 수상한 반다속(위)과 덴드로비움속. 햇볕을 잘 쪼여야 한다>

종류에 따른 가꾸기

-반다속(Vanda): 고온에서 재배. 분무기를 이용해 수분을 주고, 습도를 높인다. 5~7월 초까지는 햇볕을 잘 쪼이고, 물도 흠뻑 준다. 7월 중순부터 9월 상순까지는 햇볕의 차광률은 30~50%. 10월 말부터 4월까지는 휴면기로 최저 온도는 60도 이상으로 가급적이면 64~68도로 맞추어 준다. 실내에서 햇볕을 잘 쬐어주고, 화분이 너무 마르지 않게 조절한다.

-덴드로비움속(Dendrobium): 햇볕을 받게 한다. 비료를 너무 많이 주지 않아야 한다. 겨울에는 야간에 고온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약간 건조한 듯 관리한다. 7월~10월 중순까지는 햇볕을 충분히 쬐게 한다. 5월~10월에는 실외에 두어도 괜찮지만 역시 주의한다.

-팔래놉시스속(Phalaenopsis): 잎이 타지 않도록 너무 햇볕을 받지 않게 주의한다. 습도와 온도를 높게 유지.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키운다. 물은 마르면 흠뻑 주되, 너무 마르지 않는 정도로 준다.

-파피오페딜리움속(Paphiopedilum): 일명 레이디스 슬리퍼. 강한 광선을 쬐지 않는다. 습도는 높게 유지하며 바람을 적절히 맞게 한다.

-온시디움속(Oncidium): 물은 봄~가을에는 마르면 주고, 구근이 완성된 후에는 많이 준다.

-심비디움속(Cymbidium): 햇볕을 잘 받게 한다. 마르지 않도록 주의. 실내에 둘 때에는 고온을 피한다. 3~4월에는 물을 적당히 준다.

-카틀레야속(Cattleya): 코사지로 많이 쓰이며 향이 좋다. 잎이 마르지 않게 주의하며 햇볕을 쬐어 준다. 봄~가을에는 실외에 내놓아 키운다. 3~4월에는 개화 후 분갈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은 식재의 표면이 마른 후에 준다. 옮겨 심을 때는 새 뿌리가 뻗기 시작할 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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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스틱 화분에 들어있는 난 묘목>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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